人文,社會科學/책·BOOK

약육강식 좀비 국가… 北은 왜 통일 뒤에도 추락했나

바람아님 2016. 11. 20. 16:24

(조선일보 2016.11.19 어수웅 기자)


액션 스릴러 장르에 담아낸 장강명의 신작 장편 소설

"자유로운 南北韓 왕래는 환상"

불안한 치안·끊임 없는 불법이민… 우리는 통일 감당할 준비 됐나


'우리의 소원은 전쟁''우리의 소원은 전쟁'

우리의 소원은 전쟁 | 장강명 장편 | 예담 | 2016.11.14.| 516쪽 | 1만4800원


'잭 리처'라는 이름의 시리즈가 있다. 

레이먼드 챈들러(1888~1959)의 재림(再臨)이라 불리는 영국 작가 리 차일드(62)의 하드보일드 

범죄소설인데, 매 편 건조한 추리·추격·격투가 일품이다. 

돈 윈슬로(63)의 '개의 힘'과 제임스 엘로이(68)의 '아메리칸 타블로이드'도 흥미진진. 

미국과 멕시코 국경지대에서 벌어지는 마약 카르텔 간의 전쟁이 배경인데, 

토막 난 신체와 피가 지면에 흥건하다.


형식적으로 보면, 장강명의 신작 장편 '우리의 소원은 전쟁'은 이 다양한 재료들을 한데 모아 끓여낸 짬뽕 대중소설이다. 

문학적으로 폄하하자면, 혼성모방(패스티시·pastiche)이라는 얘기다. 하지만 그는 모방임을 감추는 게 아니라, 

오히려 선제적으로 선언한다. 그들의 작품이 교과서였고, 의도적으로 빚을 졌다고. 이 노골적 대출을 통해 무엇을 얻었는가. 

스피드의 아드레날린과 흥분의 헤모글로빈. 500쪽 내내 지속되는, 액션 스릴러의 흡인력이다.


하지만 단순히 엔터테인먼트 소비로만 끝났다면, 굳이 커버스토리로 소개할 이유는 없을 것이다. 

일간지 기자 출신 작가 장강명이 빛나는 지점이 이 대목이다. 

당대(當代)의 가장 예민하고 논쟁적인 이슈를 순발력 있게 선취(先取)하기. 

청년실업과 행복론을 정면에서 포착한 '한국이 싫어서', 인터넷의 역기능과 순기능을 다룬 '댓글 부대'에 이어, 

이번 주제는 북한 붕괴 이후의 통일 대한민국이다. 일찍이 7년 전 선배 작가 이응준이 '국가의 사생활'에서 그려냈던 

디스토피아를, 장강명은 그 시간만큼의 정세 변화와 학문 성과를 담아 구체화했다.


약육강식 좀비 국가… 北은 왜 통일 뒤에도 추락했나


우선 그의 문제적 제목을 보자.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 아니라 '전쟁'이라니. 

물론 2016년의 독자가 '통일만 되면 만사형통'이라 믿을 만큼 순진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 비관적 리얼리스트는 더 잔인한 신탁을 내린다. 

가장 이상적이고 평화롭다고 믿는 시나리오로 통일이 된다고 해도, 세상은 비참할 거라고. 

협박 같은 제목과 달리, 이 평화적 시나리오에는 '전쟁'이 없다. 

'김씨 왕조'가 내부에서 붕괴하고, 대량살상무기는 즉각 포기하며, 핵과 관련한 모든 사찰을 받아들이겠다고 공표하는 경우. 

이렇게 되면 미국의 한반도 개입 명분도 사라지고, 미국과의 불필요한 마찰을 피하려는 중국 역시 조용해진다. 

대신 북에는 통일과도정부가 수립되고, 유엔은 평화유지군을 파병한다. 가슴을 쓸어내리는 순간, 작가는 선언한다. 

"몇 년 전까지 통일 전문가들이 가장 이상적으로 평가했던 시나리오가 현실이 되자, 아귀와 수라들의 축생도가 열렸다."


이 약육강식의 풍경을 압축하는 단어는 좀비 국가다.

작가가 인용하는 최은석의 논문 

'통일 후 북한지역 주민의 남북한 경계선 이탈과 거주·이전의 자유 및 제한에 따른 법적 문제'를 재인용하면, 

통일 후 남북이 서로 자유롭게 왕래할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은 환상이다. 

갑작스러운 통일은 재앙. 남한 정부는 분계선을 유지하며 출입을 통제한다. 치안이 제대로 유지되지 않고, 

엄청난 양의 마약을 비밀리에 수출하며, 끊임없이 이웃 나라로 불법이민을 시도하는 동북아시아의 악성종양. 

선진국 옆에 붙어 있는 소말리아 신세가 되어버린 과도정부하의 북한을, 작가는 설득력 있게 묘사한다.


과도하게 진지하고 지나치게 우울한가. 

다시 '액션 스릴러'로 돌아오자. 이 무시무시한 서사를 이끌고 가는 주인공은 북한 엘리트 중의 엘리트 부대였던 

신천복수대 출신의 장리철 상사. 말 그대로 인간 흉기인 장리철은 자신의 존재 이유였던 신천복수대가 왜 비극적 최후를 

맞이해야 했는지를 추적하는 가운데, 사람 목숨을 파리 목숨으로 여기는 북의 신흥 폭력조직과 마약조직을 응징하고, 

남한으로 이어지는 비밀의 '필로폰 고속도로'를 분쇄한다. 결론 먼저 얘기한다고 분노하지 말 것. 이 액션 스릴러의 

진정한 매력은, 이 글 처음에 언급했던 추리·추격·격투의 장르적 관습을 각각의 장면마다 소비하는 데 있으니까.


소설 에필로그에는 남한 바닷가 도시의 택시 승강장에 붙은 포스터가 등장한다. 

'통일은 제2의 희망입니다'라고 인쇄된 정부의 공식 포스터. 

하지만 이면에는 누군가 붉은색 마커로 '빨갱이 꺼져라'라 휘갈겼다. 

우리는 진심으로 통일을 감당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장르 소설에 담아낸 북한 붕괴 이후의 통일 대한민국. 우리의 소원은 전쟁이라니. 

액션 스릴러에 담아낸 장강명의 반어(反語)적, 윤리적 질문이 그래서 더 섬뜩하다.



국가의 사생활 : 이응준 장편소설

이응준 지음/ 민음사/ 2009/ 261p

813.6-ㅇ845구

[정독]어문학족보실(2동1층)

[강서]3층문학실

통일 이후의 대한민국, 그 절망의 풍경!


통일 이후의 대한민국을 그린 이응준의 장편소설『국가의 사생활』. 

통일되었지만 분단된 두 세계의 갈등은 여전하고, 그 가운데 온갖 사회악이 

난무하는 통일 대한민국. 작가는 특유의 치밀한 분석력을 바탕으로 

'어두운 신세계'의 풍경을 생생하게 묘사하였다. 다양한 책과 논문을 참조하여 

완성도를 높이고, 정교한 복선과 빠른 전개로 긴장감을 놓지 않는다.


대한민국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을 흡수통일한 이후 5년의 시간이 흐른다. 

2016년의 서울은 양심을 잃은 부패 경찰의 횡포, 이북 출신 폭력 조직의 난립, 

주민등록조차 되지 않은 대포 인간을 악용한 각종 범죄, 신종 마약의 유통, 

급식소에 줄을 선 통일 빈민의 증가 등으로 혼란스럽다. 

이렇듯 황폐한 통일 대한민국의 하늘 아래, 살인 사건이 벌어진다. 


독립운동가 이장곤의 손자이자 인민군의 영웅이었던 리강은 이북 출신 폭력 조직 

'대동강'의 동료 림병모의 죽음을 파헤치기 시작하면서 거대한 사건에 휘말리게 

된다. 조직의 괴수 오남철, 박수무당 장군도령, 리강에게 증오를 품고 있는 

조명도, 여장부 홍혜숙, 은좌의 넘버원 서일화, 평양 출신 수재 김동철 등 인물들 

간의 갈등과 사건이 계속되는데…. [양장본]

[인터넷 교보문고 제공]


============================================================================

[김태훈의 북&토크] 우리의 소원은 통일… 그다음은요?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4/03/07/2014030703918.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