時事論壇/時流談論

[만물상] 탄핵 투표 '인증샷' 논란

바람아님 2016. 12. 9. 07:23
(조선일보 2016.12.09 최원규 논설위원)

노무현 정권 시절이던 2004년 6월 한나라당 박창달 의원에 대한 체포 동의안이 국회에서 부결되자 한바탕 난리가 났다. 
여당인 열린우리당이 과반 의석이라 무난한 통과가 예상됐는데 결과가 반대로 나온 탓이다. 
개혁을 기치로 내건 열린우리당에서 반란표 30여 표가 나와 후폭풍이 거셌다. 
흥분한 열성 평당원들이 소속 의원 전원에게 찬반 기표 여부를 묻는 질의서를 보내 반대표 색출에 나서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기세에 눌린 일부 의원은 결국 자백했다. 

▶2002년 장상 전 이화여대 총장에 대한 국무총리 임명 동의안이 부결됐을 때도 각 당은 반란표와 이탈표 분석하느라 
진땀을 흘렸다. 서로 엇갈린 분석을 내놓고 상대 당을 향해 삿대질했다. 
1999년 4월 한나라당 서상목 의원 체포 동의안이 부결됐을 때도 정치권엔 출처 불명의 '반란자 리스트'가 돌았다. 

[만물상] 탄핵 투표 '인증샷' 논란

▶국회법은 법안 표결은 기명투표, 인사(人事)에 관한 안건은 무기명투표를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국무총리·대법관 임명 동의안, 체포 동의안, 탄핵 표결이 그 대상이다. 
인사에 관한 표결만 무기명으로 규정한 것은 소신껏 투표하라는 취지와 함께 의원을 비난·공격에서 보호하려는 뜻도 있다. 
체포 동의안 찬성·반대 의원 명단이 공개되면 당사자와 '원수'가 되거나 여론의 표적이 될 수 있다. 
정부 인사·징계위원회 표결 결과를 비공개로 하고 정보 공개 대상에서조차 제외한 것도 같은 취지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을 앞두고 시민 단체의 '찬성 인증샷' 요구에 일부 여야 의원이 가세하고 있다. 
이석현 민주당 의원은 "인증샷을 올리겠다"고 공언했고, 탄핵 열쇠를 쥐고 있는 새누리당 비박계에서도 
"인증샷을 간직하고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 나왔다고 한다. 
총선·대선 투표 인증샷은 불법이지만 탄핵 투표 인증샷에 대해선 금지나 처벌 규정이 없다. 
겉으로 보면 스스로 보호막을 걷어내겠다는 것이지만 탄핵안이 부결돼 여야가 서로 책임을 떠넘기는 상황에 대비한 
'보험용' 성격도 짙다. 

▶정치권 내부에서도 "광장식 민주주의를 하자는 것"이란 비판론과 "국민 알 권리 차원에서 공개해야 한다"는 의견이 맞선다.
야당은 인증샷을 의원 자율에 맡기기로 했다. 
인증샷이 현행법 취지에 맞지 않는다는 점은 분명하다. 투표권 침해 소지가 있다. 
그러나 국회의원의 가장 중대한 결정인 탄핵에 대한 입장은 유권자가 알아야 하는 것 아니냐는 반론도 가능하다. 
탄핵에 한해 법을 고치는 문제를 논의해볼 필요도 있다. 
미국은 대통령 탄핵을 기명투표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