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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타지마할, 州예산서 배제..'힌두 민족주의' 우려

바람아님 2017. 7. 14. 09:06
뉴스1 2017.07.13. 18:18

17세기 이슬람 무굴제국 건축물
힌두 우파 정부 집권 뒤 나온 조치
인도 우타르프라데시 주 아그라에 있는 타지마할 © 최종일 기자=News1

인도 북부 우타르프라데시 주정부가 지정해 보존하는 문화유산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속하는 타지마할이 포함되지 않아 학계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현지 매체 힌두스칸 타임스가 1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요기 아디티야나트 주총리가 지난 11일 제출한 첫 예산안에는 고대 힌두 도시 아요디아와 바라나시, 마투라 개발에 124억루피(약 2187억원)가, 이들 도시의 인프라 개선에 80억루피(약 1411억원)가 책정됐다. 또 바라나시 문화센터에 20억루피(약 352억원)를 지원하도록 했다.


하지만 이슬람 세력이 건설했던 무굴제국(16세기 초~19세기 중)의 건축물인 타지마할은 예산 배정에서 배제됐다. 황제 샤자한이 1631년 출산하다 숨진 부인 뭄타즈 마할을 위해 만든 무덤인 타지마할에는 지난해 620만명이 찾았다. 매년 입장료 수입은 2억5000만루피(약 44억원)에 달할 정도로 인도의 대표 유적이다.

연방정부가 인도고고학연구소(ASI)를 통해 타지마할 등의 관리 비용을 제공하고는 있지만 주예산 제공이 중단된 데에는 정치적 배경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힌두 우파 정당인 인도국민당(BJP) 소속으로 강경 힌두주의자인 아디티야나트 주총리는 과거에 "타지마할은 인도의 문화가 아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는 이전 주총리의 발언과 대조를 이룬다. 지역정당인 사마즈와디당(사회당) 소속의 아킬레쉬 야다브 전 주총리는 타지마할의 트위터 공식 계정을 만들었고, 타지마할을 인도의 정체성이라고 치켜세우기도 했다.

타지마할 배제로 인해 우타르프라데시에서 종교 다양성을 촉진해야 한다는 학계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교육단체 '센터 포 오브젝티브 리서치 앤 디벨럽먼트'의 아타르 시디키는 "힌두 정체성으로 유산을 동일시하는 것은 우타르프라데시의 '공동 유산' 정신에 완전히 반하는 것이다다"고 비판했다.


바나라스 힌두대학의 사회학과 교수 소한 랄 야다브는 "타지마할은 국가적으로 중요할 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명성을 얻은 유적이다. 특정 종교와 결부된 것으로 볼 수 없다. 이것은 유적이다. 어떤 정부도 이를 간과해선 안된다"고 지적했다.

한편 나렌드라 모디 총리 집권 이후 인도에서는 '힌두 민족주의' 분위기가 강해지고 있다. 정부가 소 산업에 대해 규제를 강화하면서, 도축용 소를 운송하거나 소고기를 비축하는 무슬림을 상대로 공격을 가하는 일이 잇따라 벌어지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인도 국민의 약 81%는 소를 신성시하는 힌두교를 믿고 있다. 무슬림은 약 13%이다.


인도 우타르프라데시 주 아그라에 있는 타지마할 © 최종일 기자=News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