時事論壇/日本消息

<오후여담>미국의 '센카쿠'

바람아님 2019. 5. 21. 07:10
문화일보 2019.05.20. 12:21

샌프란시스코·워싱턴에서 이도운 논설위원

지난달 24일 미국 서부의 관문인 샌프란시스코 국제공항. 탑승·면세 구역으로 들어서자 샌카쿠 스시롤(Sankaku Sushi & Roll)이라는 레스토랑이 보였다. 함께 출장 중이던 안보 전문가는 샌카쿠가 일본·중국이 영유권 다툼을 벌이는 센카쿠(Senkaku·尖閣·중국명 댜오위다오) 열도를 암시하는 이름이라고 했다. 미국 내에서 중국인이 많이 사는 샌프란시스코, 그리고 미 정부 정책 결정이 이뤄지는 워싱턴의 국제공항 두 곳에 샌카쿠 스시가 있다고 했다.


샌카쿠 스시의 메뉴판에는 일본어가 따로 적혀 있지 않았고, 인터넷 사이트도 마찬가지였다. 사전을 찾아보니 샌카쿠에 삼각(三角)이라는 뜻이 있는데, 섬 모양을 암시할 가능성도 있었다. 이 전문가는 “언젠가 미국 공항에 ‘다케시마 스시롤’이 생길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다케시마(竹島)는 독도의 일본 이름이다.


비행기를 타고 워싱턴에 도착해보니 일본이 다케시마 레스토랑을 만들 필요도 없어 보였다. 일본의 대미 외교는 한국 정부와는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깊고, 넓게 전개되고 있었다. 얼마 전부터 한국대사관 관계자들이 미 백악관·국무부·국방부 등 정부 부처나 의회 관계자, 싱크탱크의 한반도 전문가를 만나면 거의 예외 없이 “일본과의 관계를 개선하라”는 주문이 쏟아진다고 한다. 미 측은 객관적인 태도를 취하지만, 내용적으로는 문재인 정부가 아베 정부보다 잘못한 것이 많다는 뉘앙스라고 한다.


한국 정부가 후원하는 한미경제연구소(KEI)가 주최하는 행사에는 최근 미 정부 국장은 물론 과장급 인사도 초청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그런데 일본 정부가 후원하는 사사카와재단 등의 행사에는 차관보급, 차관급까지 쉽게 참석한다고 관계자가 전했다.

주미 일본대사관은 지난 2월 말 전국 주지사 회의에 참석한 주지사 40여 명을 전원 초청해 파티를 열었다고 한다. 일본에서 최고의 스시 전문가들이 날아왔고, 고가의 사케·와인이 공수됐다. 이 자리에는 미국 내의 일본 기업 경영자들도 전원 참석했다고 한다. 리처드 닉슨·지미 카터·로널드 레이건·빌 클린턴·조지 W 부시 등 최근 미 대통령 대다수가 주지사 출신이다. 한국이 우물 안에서 이전투구식 진영 싸움을 벌이고 있는 사이에 일본은 이미 미국 미래 권력자들의 마음까지 잡아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