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學,藝術/사진칼럼

현미경 세상과 5500만광년 우주 사이

바람아님 2019. 12. 25. 09:25

한겨레 2019.12.22. 08:06


2010년대의 대미를 장식할 사진들-③ 과학
사상 첫 블랙홀 이미지 촬영 성공
비행기의 음속돌파 순간 포착도
사상 최초의 블랙홀 사진인 5500만광년 거리의 블랙홀 M87. ETH Collaboration

과학저널들도 한 해를 마무리하면서 깊은 인상을 준 과학 사진들을 선정했다. 과학저널 <네이처>는 올해의 과학 사진을 선정하면서 지난 4월에 공개된 사상 최초의 홀 사진을 첫손에 꼽았다. 태양의 65억배 질량에 지름이 160억km에 이르는 초대질량 블랙홀 M87이다. 지구에서 5500만광년 거리에 있다. 이 프로젝트를 위해 세계 8곳의 전파망원경에서 관측한 데이터의 용량이 5페타바이트(1페타는 10의15제곱=1000조)에 이르고, 연구자 347명이 참여했다. <네이처>는 "2019년은 인류가 처음으로 블랙홀 사진을 찍은 해로 기억될 것"이라고 밝혔다.

작은 트럼펫을 연상시키는 나팔벌레의 현미경 사진. @ Dr. Igor Siwanowicz/네이처에서 재인용

니콘 스몰월드 콘테스트에서 2위를 한 스탠터(나팔벌레)라고 불리는 단세포 미생물 3마리의 현미경 사진도 <네이처>가 꼽은 사진이다. 이 미생물은 모양이 서양 관악기의 나팔관을 닮았다 해서 `트럼펫 극미동물'(trumpet animalcules)이라고도 부른다. 입구 부문에 난 작은 섬모들은 이동과 먹이 섭취에 쓰인다. 40배 확대한 사진이다.

공기의 흐름을 포착하는 기술을 이용해 처음 촬영한 음속 돌파 순간. 흑백으로 촬영된 것에 색을 입혔다.
나사 제공/네이처에서 재인용

비행기가 음속(초속 340m, 시속 1224km) 이상의 속도로 날아갈 때 생기는 충격파 ‘음속 폭음’(sonic boom)을 포착한 사진도 있다.

미국항공우주국(NASA)이 동원한 두 대의 초음속 제트기 ‘T-38'가 고도 9km 상공을 날며 음속을 돌파하는 순간을 그 위를 날던 비행기에서 촬영했다. 두 제트기간 거리는 9m다. 음속보다 비행기가 빨라지면 이전의 음파와 겹쳐쳐 귀청이 찢어질 듯한 폭음이 들리는데 이것이 소닉붐이다. 이번 촬영은 저소음 초음속기 연구개발 과정의 하나로 진행됐다.

드론으로 250미터 상공에서 촬영한 동부 그린란드의 해빙이다. @ Florian Ledoux/네이처에서 재인용

위 사진은 <네이처>가 9월에 선정한 ‘이달의 과학사진’ 가운데 하나다. 지구 온난화의 영향으로 얼음이 매우 얇아진 것을 알 수 있다. 이번 여름 그린란드 내륙의 온도는 평균 12도를 웃돌았으며, 불과 5일 사이에 얼음 550억톤이 녹았다고 <네이처>는 밝혔다.

‘천상의 날씨’. SANTIAGO BORJA 작/사이언스 매거진

<네이처>와 쌍벽을 이루는 과학저널 <사이언스> 편집진도 올해의 과학사진으로 19점을 뽑았다. 위의 사진 제목은 ‘천상의 날씨’다. 고도 18km 성층권까지 치솟은 거대한 규모의 뇌우(번개와 천둥을 동반한 폭풍우)다. <사이언스>는 "과학자들은 이렇게 선을 넘어선 뇌우에 동반하는 화학물질이 지구를 보호하는 오존층에 해를 끼치는지 연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고리 사이에서’. 토성 위성인 다프누스(Daphnus)가 토성의 고리 사이에서 파장을 일으키고 있는 모습이다. 토성 탐사선 카시니호가 활동을 종료하기 직전에 촬영했다. NASA/JPL-CALTECH/SPACE SCIENCE INSTITUTE/TILMANN DENK/사이언스에서 재인용
‘뇌지도와 뇌과학자’.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물리학자 다니엘레 바세트가 뇌지도 옆에 서 있다. MRI 데이터를 이용해 작성한 뇌 연결망 지도다. 바세트 박사는 물리학과 수학을 이용한 인간 뇌 네트워크 연구의 개척자라고 <사이언스>는 밝혔다. MATTHEW BENDER/JAMES BARTOLOZZI/사이언스에서 재인용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곽노필의 미래창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