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2020.01.15 이한우 논어등반학교장)
이한우 논어등반학교장
'강태공'으로 익숙한 태공망(太公望)은 문왕과 무왕을 도와 주나라를 건국한 1등 공신이다.
그가 문왕·무왕과 주고받은 문답집이 '육도(六韜)'다.
도(韜)란 칼을 감춰두는 주머니이니 비책을 말한다.
그중 하나가 문도(文韜)인데 곧 통치술이다.
문왕이 물었다. "군왕이 뛰어난 이를 쓰려고[擧賢] 힘쓰는데도 그 효과를 보지 못하고 세상의 혼란이 더욱 심해져서
마침내 멸망에 이르게 되는 것은 어째서인가?"
태공이 답했다. "뛰어난 이를 천거해도 쓰지 못한다면 이는 뛰어난 사람을 천거했다는 이름만 있을 뿐 실상은 없는 것입니다."
"그 잘못의 원인은 어디에 있는가?"
"군왕에게 있습니다. 세간에서 칭찬하는 자를 썼을 뿐 진정으로 뛰어난 이를 찾지 못한 데 있습니다."
"무슨 말인가?" "군왕이 세간에서 훌륭하다는 좋은 평을 얻는 자를 뛰어나다고 여기고
세간에서 좋지 못한 평을 얻는 자를 뛰어나지 못하다고 여긴다면
그 도당(徒黨)이 많은 자는 등용되고 도당이 적은 자는 물러나게 됩니다.
그렇게 되면 간신들이 당파를 만들어 뛰어난 인물들을 은폐함으로써
충성스러운 사람은 죄 없이 죽음을 당하고 간신은 속임수로 칭찬을 받아 벼슬을 얻게 됩니다.
이로 인해 나라가 점차 혼란에 빠지고 결국 멸망을 면치 못하게 됩니다."
"뛰어난 이를 들어 쓰려면[擧] 어떻게 해야 하는가?"
"장수와 재상의 직분을 나누고 각기 맡은 부처에서 적임자를 천거하게 해 엄선한 다음에
평판에 따라 임무를 부여해 실적을 쌓게 해야 합니다.
이어 명성과 실력을 비교 검토해 그 인물의 명성과 실력이 부합하는지 살펴보면
뛰어난 인물을 쓰는 길을 찾게 될 것입니다."
강태공 하면 세월이나 낚는 낚시꾼 정도로만 이해해 그가 실전에서 보여준 통치술은 별로 주목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 문답을 보고 있노라면 왜 '한서(漢書)'에서 반고(班固)가 '육도(六韜)'를 병가(兵家)가 아닌,
유가(儒家)의 책으로 분류했는지 단번에 알 수 있다.
애당초 뛰어난 이를 쓸 생각조차 없는 리더에게라면 이런 말조차 할 필요가 없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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