人文,社會科學/歷史·文化遺産

[이한우의 간신열전] [14] 강태공의 인재등용 노하우

바람아님 2020. 1. 22. 16:34

(조선일보 2020.01.15 이한우 논어등반학교장)


이한우 논어등반학교장이한우 논어등반학교장


'강태공'으로 익숙한 태공망(太公望)은 문왕과 무왕을 도와 주나라를 건국한 1등 공신이다.

그가 문왕·무왕과 주고받은 문답집이 '육도(六韜)'다.

도(韜)란 칼을 감춰두는 주머니이니 비책을 말한다.

그중 하나가 문도(文韜)인데 곧 통치술이다.


문왕이 물었다. "군왕이 뛰어난 이를 쓰려고[擧賢] 힘쓰는데도 그 효과를 보지 못하고 세상의 혼란이 더욱 심해져서

마침내 멸망에 이르게 되는 것은 어째서인가?"

태공이 답했다. "뛰어난 이를 천거해도 쓰지 못한다면 이는 뛰어난 사람을 천거했다는 이름만 있을 뿐 실상은 없는 것입니다."

"그 잘못의 원인은 어디에 있는가?"

"군왕에게 있습니다. 세간에서 칭찬하는 자를 썼을 뿐 진정으로 뛰어난 이를 찾지 못한 데 있습니다."

"무슨 말인가?" "군왕이 세간에서 훌륭하다는 좋은 평을 얻는 자를 뛰어나다고 여기고

세간에서 좋지 못한 평을 얻는 자를 뛰어나지 못하다고 여긴다면

그 도당(徒黨)이 많은 자는 등용되고 도당이 적은 자는 물러나게 됩니다.

그렇게 되면 간신들이 당파를 만들어 뛰어난 인물들을 은폐함으로써

충성스러운 사람은 죄 없이 죽음을 당하고 간신은 속임수로 칭찬을 받아 벼슬을 얻게 됩니다.

이로 인해 나라가 점차 혼란에 빠지고 결국 멸망을 면치 못하게 됩니다."


"뛰어난 이를 들어 쓰려면[擧] 어떻게 해야 하는가?"

"장수와 재상의 직분을 나누고 각기 맡은 부처에서 적임자를 천거하게 해 엄선한 다음에

평판에 따라 임무를 부여해 실적을 쌓게 해야 합니다.

이어 명성과 실력을 비교 검토해 그 인물의 명성과 실력이 부합하는지 살펴보면

뛰어난 인물을 쓰는 길을 찾게 될 것입니다."


강태공 하면 세월이나 낚는 낚시꾼 정도로만 이해해 그가 실전에서 보여준 통치술은 별로 주목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 문답을 보고 있노라면 왜 '한서(漢書)'에서 반고(班固)가 '육도(六韜)'를 병가(兵家)가 아닌,

유가(儒家)의 책으로 분류했는지 단번에 알 수 있다.

애당초 뛰어난 이를 쓸 생각조차 없는 리더에게라면 이런 말조차 할 필요가 없겠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