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學,藝術/아트칼럼

한국근현대회화 100선_왜 名畵인가 [14] 가을바람이 분다… 이 소박한 화폭에

바람아님 2014. 2. 5. 09:20


[명화를 만나다 - 한국근현대회화 100선] [14] 이상범의 '아침'

아주 많은 막힘이 속을 긁어대던 몇 날이 지나고 이 그림 앞에 섰습니다. 가지런해졌습니다.

이 그림을 당신과 함께 보고 싶습니다. '추경산수'라는 부제가 붙은 '아침'이라는 작품은 개울이 있으나 개울의 절반은 잘라내고,
그 위 가을 잔바람 속에 잔감정을 숨겨놓은 명작입니다. 
이 그림 앞에 있으면 금방이라도 가을이 심장에 닿아 흙빛이 될 것만 같습니다.


이 그림의 배경은 강원도나 충청도 어디쯤일 거라 넘겨짚습니다. 
제가 자란 곳은 순한 풍경보다는 억센 풍경이 가득 찬 곳이었습니다. 
충청도 제천의 산골 마을, 뒷산 하나를 넘으면 바로 강원도였습니다. 


지게를 진 사내와, 점심을 차려 머리에 이고 사내를 따르는 아내. 
두 남녀의 모습은 어린 시절 흔히 보는 아침 모습이었습니다. 
밭이 집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사람들은 이른 아침 아침밥을 지어 먹고 밭으로 나가 해가 져서야 돌아왔습니다. 
그러니 점심에 먹을 음식을 광주리에 담아 일터로 향했던 겁니다. 
이 이야기를 하기만 하는데도 금세 산골 일상의 고단함이 와 닿습니다.



이상범(李象範·1897~1972)은 화폭을 다 채워 그리지 않습니다. 여운을 주듯 왼쪽 끝자락과 오른쪽 끝자락을 재단합니다. 
재단을 하면서 담지 않은 풍경에 예의를 갖추듯 수줍게 감추고 여밉니다.

그의 그림은 굉장한 횡폭을 과시하지만 그 횡폭 위에 소박(素朴)을 차리는 특징을 보입니다. 
소박의 선(禪)입니다. 아마도 그런 서정의 사람이었나 봅니다.

이 그림을 같이 보고 싶었습니다. 가을에 만나지 못했음도 이 버석거리는 나뭇잎 소리를 함께 듣고 싶지 못함도 마음을 마르게 
하였습니다. 이번에도 만나지 못한다면 언제 한번 저 풍경 속에서나 마주치지요.               (출처-조선일보 2014.02.05 이병률.시인)


작품 보려면…
▲3월 30일까지, 월요일은 휴관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
▲관람료 성인 6000원(덕수궁 입장료 1000원 포함), 초·중·고생 3000원 ▲www.koreanpainting.kr (02)318-57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