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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근현대회화 100선_왜 名畵인가 [15] 윤중식 '풍경'

바람아님 2014. 2. 6. 09:31

[한국근현대회화 100선] 野性이 깨어나는 찰나

[왜 名畵인가] [15] 윤중식 '풍경'


 윤중식의 1968년작 ‘풍경’, 가로 97㎝ 세로 145.5㎝ /개인 소장

"아이야 서둘러라, 저어기 해 넘어간다. 
어여 집에 가서 저녁 먹어야지."
농익은 화염처럼, 번지듯 저녁노을 대지 위에 내려앉으니, 행인의 발걸음은 분주해지고 뒤따르는 아이는 허리가 휜다. 
가까이 덩달아 물든 늦가을녘 앙상한 나무들은 저마다 키를 뽐내며 곧추서 있는데, 시선은 수직 하늘로부터 층층 수평으로 
내려앉는다. 뭉글대는 구름 아래 보일락 말락 산이 누워 있고, 들판을 질러 횡을 이룬 나무들이 어느덧 무명에 휩싸이고 있는 
가운데, 색채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고유의 아우라를 뿜어댄다.

평양 태생인 윤중식(尹仲植·1913~2012)은 제국미술학교 서양화과 출신이다. 그는 야수파의 영향을 받아, 구상과 추상을 
넘나들며 빛의 신비로움을 좇으면서 목가적 풍경을 주로 그렸다.
저녁이다! 저녁은 색채가 짙어지는 시간. 그리하여 저녁은 색채가 응축되는 시간. 

아아, 저녁은 마침내 색채가 절정에 이르는 순간! 황홀하다. 색채의 초야 나르시시즘. 

그러다가 사위어 칠흑에로 환원되는 것인가…. 

노을빛 멜로디 멀리서부터 잔잔히 들려와 가을 향수를 간지럽힌다.

그 변용의 찰나, 만상에 깃든 온갖 색채의 자기 몰입을 포착한 눈은 범상치 않다. 이건 발견이다. 

새로운 발산을 위한 수렴! 그러기에 고대 근동인들은 저녁을 하루의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 여겼던 것일까.

그 사이 고요는 그윽해지고, 만물은 새날의 검은 침묵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풍경을 관조하는 이, 금세 새 여백이 그리워진다. 슬그머니 새 아침이 기다려진다.


(출처-조선일보 2014.02.06. 차동엽 인천가톨릭대학교 교수·'무지개 원리' 저자)

[작품 보려면…]

▲3월 30일까지, 월요일은 휴관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

▲관람료 성인 6000원(덕수궁 입장료 1000원 포함), 초·중·고생 3000원

www.koreanpainting.kr (02)318-5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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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야 서둘러라, 저어기 해 넘어간다. 
어여 집에 가서 저녁 먹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