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2025. 1. 17. 23:50
살면서 흔한 질문 중 하나가 ‘해야 하는 일’과 ‘하고 싶은 일’ 사이의 방황이다. 심야 라디오를 진행할 때 특히 이런 사연이 많았는데, 고민 끝에 내가 내린 답은 ‘먼저 해야 할 일’을 하고 ‘나중에 하고 싶은 일’을 하라는 것이었다. 해야 하는 일은 매일. 하고 싶은 일은 가끔. 그것이 내가 얻은 생활의 지혜다.
사람들의 생각처럼 하고 싶은 일만 하면 행복할까. 일본의 다카마쓰 지방을 여행한 적이 있다. 좋아하던 우동을 실컷 먹는 게 목적이었다....하지만 무라카미 하루키가 방문했다던 우동집까지 찾아 종일 우동만 먹은 지 사흘째, 우동 국물이 느끼해 고역이 따로 없었다.
다른 이야기도 있다. 한 예술가와 술자리를 한 적이 있는데 그는 한 가지 소재에 천착해 대가가 된 사람이었다. 그에게 한 가지 소재만 다루면 지겨울 때도 있지 않냐고 물었다....하지만 곧 이젠 다른 것도 하고 싶은데 세상이 자신에게 원하는 게 그것이라는 한숨과 함께 솔직히 지겹다는 말이 이어졌다. 인간적인 그 말에 ‘하고 싶은 것도 가끔 해야 행복하구나’라는 깨달음이 밀려왔다.
꿈에 다가가는 것도 멀어지는 것도 늘 힘든 일이다. 그러나 우리는 그 사이 어디 쯤에서도 충분히 행복할 수 있다. 성실한 화장실 청소부로 틈이 나면 나무를 찍는 영화 ‘퍼펙트 데이즈’의 주인공처럼.
https://v.daum.net/v/20250117235016072
[백영옥의 말과 글] [389] 하고 싶은 일, 해야 하는 일
퍼펙트 데이즈
Perfect Days, 2024
개봉 2024.07.03.
국가 일본, 독일
등급 12세이상 관람가
시간 124분
줄거리
도쿄 시부야의 공공시설 청소부 ‘히라야마’는 매일 반복되지만 충만한 일상을 살아간다. 오늘도 그는 카세트 테이프로 올드 팝을 듣고, 필름 카메라로 나무 사이에 비치는 햇살을 찍고, 자전거를 타고 단골 식당에 가서 술 한잔을 마시고, 헌책방에서 산 소설을 읽으며 하루를 마무리한다. 그러던 어느 날, 사이가 소원한 조카가 찾아오면서 그의 반복되는 일상에 작은 변화가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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