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조선일보 2013.06.06 주경철 서울대 교수·서양근대사)
수많은 사람이 굶어 죽는 사태는 도대체 어떻게 해서 일어나는 것일까?
흔히 가뭄이나 홍수 같은 자연재해 때문이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어떤 나라에서든 대량 아사 사태가 벌어질 때에도 대개 곡물의 절대량은 부족하지 않다.
1943년에 수백만 명이 굶어 죽은 인도에서도 국가 전체적으로는 식량이 결코 부족하지 않았으며,
심지어 곡물을 수출하고 있었다. 문제는 권력에서 배제된 빈곤층이 식량에 접근할 수 없다는
데에 있다. 수많은 아사자가 생기는 것은 결국 불평등 때문이다.
20세기에 대기근 참상이 벌어진 나라들을 보면 이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1930년대 스탈린 독재 정권하의 소련, 1958년에서 1961년 사이 대약진 운동 실패로 수천만 명이
아사한 중국, 그리고 독재정치가 지속된 에티오피아나 소말리아 등이 대표적 사례이다.
모두 비민주적 체제 아래에서 경제 자원에 접근할 권리를 박탈당한 시민들이 큰 희생을 치렀다.
반대로 민주국가에서는 심각한 자연재해를 겪어도 대량 아사 사태가 일어나지는 않는다.
정부가 나서서 비극적 사태를 막기 때문이다.
1980년대 초에 짐바브웨와 보츠와나는 세계에서 가장 가난했지만 심각한 가뭄이나 홍수 같은 자연재해에 직면해서도
정부가 식량 구호 프로그램을 시행하여 기근을 막았다.
정기적으로 선거를 치르고, 비판의 목소리를 내는 야당이 존재하고, 언론 검열이 없는 민주국가에서는 대기근이 일어나지 않는다.
아시아 최초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아마르티아 센에 따르면
아시아 최초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아마르티아 센에 따르면
최근에 대량 아사 사태가 일어난 나라는 수단과 북한 두 나라뿐이며, 그 이유는 다름 아닌 체제의 비민주성 때문이다.
북한에선 총을 가진 계급은 식량을 얻고 총에서 멀리 떨어진 계급은 굶주림에 시달리고 있다.
이것이 다름 아닌 선군정치의 실상이다.
이런 극심한 계급 차별이 기근을 초래하고, 청소년들의 체격을 왜소하게 만들고, 굶주린 꽃제비들이 해외로 도망가는 결과를
낳았다. 이런 비극을 막을 수 있을까? 집에 불이 났을 때 지도자의 초상화를 구하기 위해 불길로 뛰어드는 사람을 영웅시하는
기괴한 이데올로기가 사회 전체를 강력하게 지배하는 한 그럴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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