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39년 자하(紫霞) 신위(申緯·1769 ~1845)가 국화를 앞에 두고서 시 14편을 지었다.
가을이 짙어가니 그의 '눈앞에 펼쳐진 사물 가운데 시에 어울리지 않는 것이 없다(眼前無物不宜詩).'
노랗게 핀 꽃을 보고 있자니 70세 시인에게 흥분과 낭만의 감정이 물씬 일어난다.
멀리했던 술이 간절하다. 뜻에 맞는 친구가 있어야 술맛이 나는 법, 오늘은 국화가 술친구다.
한 잔 두 잔 기울이다 보니 술병이 벌써 바닥을 보인다.
그만 마신들 누가 뭐라 하겠는가마는 멋이 없다느니, 이젠 늙었다느니 국화가 핀잔을 늘어놓을 것만 같다.
에라! 모르겠다. 책이든 옷이든 전당포에 잡혀서라도 마시자. 오늘은 국화에게 졌다.
무덤덤하게 지내온 일상을 요란하게 깨트린 것은 국화 탓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