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조선일보 2015.01.16 황주리 화가)
화가 박성남은 자신의 나이 열아홉 살에 돌아가신 아버지 박수근 화백에게 아버지 그림이 너무 좋다는 말을 한 번도 해보지 않은 게 한으로 남는다고 말했다.
살아생전 아버지 그림을 인정한 사람은 다섯 명이 채 되지 않았다고. 그림 경기가 나쁜 요즘,
국전에 떨어져 몇날 며칠 술 마시며 불행해 했던 위대한 화가 박수근을 생각한다.
내 그림을 제일 처음 사준 분은 지금은 고인이 된 진화랑 유위진 대표다.
자신이 그린 그림을 누군가 돈을 주고 산 첫 경험은 화가라면 누구나 잊을 수 없는 경험이리라.
지금 생각하니 참 고마운 일인데, 그때는 철이 없어 고마운 줄도 몰랐다.
사람들은 어떤 그림이 세상에서 제일 비싼가에 관심을 기울이지만,
실은 나는 비싼 그림이 꼭 훌륭한 그림이라는 확신은 들지 않는다.
작가의 운과 시장의 흐름이 만나 매겨지는 그림 값. 박수근과 고흐는 가난하게 살다 죽었으나 사후 그들의 그림은
만질 수도 없는 고가의 그림이 되었다. 몇백 년 뒤 누구의 그림이 비싸질지 누가 알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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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가끔 악몽을 꾼다. 전쟁이 나서 세상이 잿더미가 되면 화가나 그림이 무슨 소용이 있을까?
비싼 그림 값보다 너무 싼 세상 모든 곳의 억울한 목숨 값 때문에 더욱 추운 겨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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