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學,藝術/아트칼럼

우정아의 아트 스토리 [136] 사진처럼 묘사된 美 獨立선언서 서명자들

바람아님 2015. 1. 17. 09:33

(출처-조선일보 2015.01.17 우정아 포스텍 교수·서양미술사)


미국 역사화가 존 트룸벌(John Trumbull·1756~1843)의 '미국 독립 선언'은 1817년 미국 의회로부터 주문을 받아 
2년 뒤 완성된 이래 지금까지 미국 국회의사당 중앙 원형홀에 걸려 있는 그림이다. 
당시 영국 식민지였던 북미의 13개 주 대표들이 독립을 선언한 날은 1776년 7월 4일이다. 
따라서 이 그림도 흔히 7월 4일 모습이라고 알려져 있지만, 
사실 이는 그 전에 선언문을 작성한 다섯 사람이 대륙회의 의장에게 초안을 전달하는 장면이다.


존 트룸(John Trumbull·1756~1843), 미국 독립 선언, 

1817~19년, 캔버스에 유채, 366×549㎝, 

워싱턴 DC 미국국회의사당 소장.


트룸벌은 독립선언서에 서명했던 이들 중 42명을 화면에 빼곡하게 채우고 각각의 얼굴을 사진처럼 정확하게 묘사했다. 
이를 위해 화가는 그들 모두를 직접 만나 그림을 그렸고, 본인을 만나지 못했을 경우에는 꼭 닮았다는 아들이라도 
앞에 두고 스케치를 했다고 한다. 이렇게 많은 인물 중 가장 두드러지는 한 사람, 화면의 가운데서 빨간 조끼를 입고 
문서를 내밀고 서 있는 사람이 토머스 제퍼슨이다. 
그는 초안의 대부분을 저술했고, 이후 미국의 제3대 대통령이 됐다.

트룸벌은 제퍼슨과 친한 친구이기도 했지만, 그의 삶을 보면 미국이라는 국가의 탄생을 기록하는 역사적 과업에 걸맞은 
인물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초기 청교도 이민의 자손으로 태어나 독립전쟁에 참전해 조지 워싱턴 장군 휘하에서 복무했고 
퇴역한 후 런던에서 미술 공부를 하던 시절에는 영국군 장교가 미국에서 처형당했다는 이유로 옥살이를 하기도 했던 것이다.

그런데 이 그림을 다시 한 번 잘 들여다보면 어디선가 본 듯한 느낌이 들 수도 있다. 
바로 '행운의 지폐'라고 널리 알려진 2달러짜리 미화의 뒷면을 장식한 게 이 그림이다. 
실제 지폐를 드릴 수는 없지만, 지금 이 글을 보시는 분들께 올 한 해 행운이 가득하길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