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조선일보 2015.04.25 우정아 포스텍 교수·서양미술사)
로렌스 앨머-타디머(Lawrence Alma-Tadema· 1836~1912)는
네덜란드 출신으로 영국에 진출해 고전적인 회화로 최고의 인기를 누렸던 화가다.
그림 속에 등장하는 로마 황제 헬리오가발루스는 십대에 즉위해 온갖 기행과 전횡을 일삼다가 4년 만에 암살당한 인물이다.
- 로렌스 앨머-타디머, 헬리오가발루스의 장미,
- 1888년, 캔버스에 유채, 132.1×213.7㎝, 개인 소장.
그는 연회장 천장에서 엄청난 양의 장미꽃잎이 쏟아지게 만들어 놓고,
꽃잎에 파묻힌 손님들이 질식해 죽어가는 모습을 신나서 구경하는 중이다.
황제 양옆에서 뒹굴며 이 끔찍한 장면을 지켜보는 이들은 이 정도 광란쯤이야 이미 익숙하다는 듯이 심드렁한 표정이다.
원래 역사서에는 '제비꽃과 다른 꽃들'을 뿌렸다고 나와 있지만,
앨머-타디머는 이를 핑크색의 변주가 현란하기 그지없는 장미로 바꿨다.
19세기 영국 문학에서 장미야말로 이런 장면에 어울리는 퇴폐와 향락, 치명적 유혹의 상징으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앨머-타디머는 사물을 정교하고 치밀하게 묘사하는 북유럽 회화의 전통을 이어받았고,
앨머-타디머는 사물을 정교하고 치밀하게 묘사하는 북유럽 회화의 전통을 이어받았고,
고대 로마의 유적지를 두루 답사하며 많은 양의 사진을 수집했다.
그 결과, 작품에 등장하는 건물과 집기들은 놀랍도록 생생한 질감으로 보는 이의 눈을 놀라게 할 뿐 아니라,
모두 실물을 바탕으로 철저한 고증을 거친 것이다.
일례로 한겨울에 이 작품에 착수했던 화가는 꽃잎 하나도 허투루 그리지 않기 위해
무려 4개월 동안 매주 남프랑스에서 장미를 대량으로 조달할 정도였다고 한다.
봄마다 꽃가루 알레르기로 고생하는 이라면 이토록 아름다운 꽃들이,
봄마다 꽃가루 알레르기로 고생하는 이라면 이토록 아름다운 꽃들이,
글자 그대로 사람을 잡는 이 그림이 더욱 생생하게 느껴질 것이다.
Lawrence Alma-Tadema, the-roses-of-heliogabal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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