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조선일보 2015.05.27 이인열 산업1부 차장)
- 이인열 산업1부 차장
뉴델리 중심가 레이스 코스 7번지는 12억 거대한 '코끼리' 인도를 이끄는 총리의 관저가 있는 곳이다.
지난해 5월부터 이곳의 새 주인은 나렌드라 모디로 바뀌었다.
모디 총리는 인도에서 절대적 영향력을 발휘하는 카스트로 보면 차이를 파는 사람이란 뜻의
'차이왈라' 출신이다. 차이는 홍차에 우유와 설탕을 섞은 인도식 '다방커피'이다. 부자든 서민이든
인도인들이 아침에 눈을 뜨면 먼저 찾는 것은 차이 한잔이다.
우리로 따지면 '신문팔이 소년'이 대통령이 된 것이다.
그런 모디가 '개방'을 모토로 세계인의 주목을 받고 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모디는 인도의 개혁 사령관"이라고 칭송했고,
크레이그 배럿 인텔 회장은 "인도는 세계 기술의 중심지"라고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말뿐이 아니다.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인 중국의 알리바바는 지난달 인도 온라인 결제 회사인 원97커뮤니케이션즈에 5억7500만달러
(약 6300억원)를 투자했다. 앞서 작년 말 일본 IT 기업 소프트뱅크는 10년간 인도에 100억달러 이상을 투자하겠다고 밝혔고,
세계적 IT 업체 아마존과 시스코가 인도 시장에 각각 20억달러와 17억달러라는 '매머드급 투자'를 발표했다.
그런데 우리는 어떤가. 모디 정권 출범 이후 한국의 대(對)인도 투자액은 48% 감소했다.
절대 금액도 1억8000만달러에 불과했다. 모디 정부 출범 후 일본은 320억달러, 중국은 200억달러,
미국은 20억달러의 투자 계획을 발표한 것과 대조적이다.
인도 시장에서 한국의 위력은 아직 대단하다.
집집마다 삼성전자, LG전자, 현대자동차의 제품 하나쯤 없는 중산층 이상은 없다.
이 3사(社)의 인도 시장 점유율은 10년이 넘도록 1~2위를 놓치지 않고 있다.
그 비결은 뭔가. 가장 큰 것은 1990년대에 다른 나라들보다 한발 앞서 인도 시장에 진출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은 정반대이다.
인도엔 '일본 전용 공단' '중국 전용 공단'이 완공됐거나 건설 중이다.
일본 기업들의 인도 투자는 하루가 다르게 커지고 있다.
그런데 우리는 그렇지 않다. 말로만 인도를 외칠 뿐이지 투자와 열정이 없어 보인다.
인도에 투자하지 못하는 이유만 팽배하다.
열악한 인프라, 속터질 지경인 행정 처리 속도…. 그런 이유라면 1990년대에 더욱 심했다.
뭄바이 인근의 신흥 산업도시 푸네에 가면 중국 최대 가전업체 하이얼의 공장이 있다.
이 공장은 원래 1990년대 세계화를 부르짖으며 인도에 진출했던 대우전자 공장이었다.
이 공장에 대한 글을 썼을 때 당시 이곳에서 일했던 대우전자 직원이 보내온 이메일이 지금도 생생하다.
'푸네 공장만 생각하면 늘 울컥합니다. 엉망인 통신 시설로 팩스 한 장 보내는 데 온종일이 걸렸지요.
그래도 죽도록 일했습니다. 공장을 꼭 지었어야 했으니까요'
그런 푸네 공장이 중국 기업의 손에 넘어갔다.
혹시 인도 시장이 또 그렇게 일본으로, 미국으로, 유럽으로 넘어가지 않을까 걱정이다.
지금 우리는 인도로 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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