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일보 2015-6-5
어쩌다 이 지경에 이르게 됐는지 한숨이 나온다. SNS에서는 필요한 것보다 더 많은 소문과 조각 정보들이 나돌고 있지만, 정부는 환자를 치료했거나 치료 중인 병원 명칭 등의 정보 차단을 이어가고 있다. 여야 정치권도 한목소리로 국민을 안심시킬 정보 공개를 강조하고 나선 만큼 정부는 의료계와 협의를 거쳐 하루 속히 관련 병원 명단을 공개하고, 소문과 조각 정보들의 허실을 정확히 알려야 한다.
국민들은 정확한 사태파악을 못하는 탓에 우왕좌왕하는 상황이다. 지하철 승객이 줄고, 마스크를 쓴 사람이 크게 늘었다. 서울 강남구에서는 한 학원 학생이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았다는 괴담이 나돌아 학부모들이 자녀를 학원에 보내지 않는 소동이 일었다. 이에 따라 대치동 학원가는 거의 문을 닫았고, 이 동네 학교들에는 휴교 요구가 잇따랐다고 한다. 그러면서도 일부 시민들은 지하철 등 다중이용시설 안에서 여전히 입을 가리지 않고 기침을 한다. 환자 보호자들도 병원에서 음식물 반입금지 등 보건 수칙을 지키기 않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어려울 때일수록 건강한 시민의식이 요구된다.
충청북도와 충주시는 지난달 31일 충주시내 한 공공 연수원을 메르스 격리 대상자 시설로 지정하겠다는 내용의 보건복지부 공문을 받고 크게 반발했다. 충주시청 직원 4명은 복지부가 임의로 격리대상자를 이송할 것에 대비해 연수원 진입로를 차단하고 24시간 감시근무를 서고 있다. 인천시와 강원도도 “타지역 메르스 환자를 받지 않겠다”고 공개 선언했다. 정부는 국가지정 격리병상 운영에 대해 지자체는 관여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국가적 비상사태에 지역이기주의로 맞서는 모습은 볼썽사납다.
메르스가 세상에 알려진 게 겨우 3년 전이다. 치사율이 과장됐고, 위험이 간과된 대목도 있을 것이다. 이 병에 대해 아직 모르는 게 많다는 불확실성은 그것대로 인정하고, 전염 속도를 통제하기 위한 개인 수칙과 일관된 정부 대응을 정리해 그때 그때마다 세세하게 밝힐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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