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북한 논리상 핵이나 로켓 남북관계와 무관"
최근 장거리 로켓 발사와 핵실험 의지를 시사한 북한이 미국에 대한 비난 공세를 강화하면서도 남쪽을 향해서는 '8·25 합의'를 거론하며 관계개선 의지를 피력해 주목된다.
장거리 로켓 발사와 핵실험이 남한과 미국 등 국제사회의 강력한 반발과 전방위적인 제재와 압박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북한이 여전히 8·25 합의 이행을 주장하는 것은 이중적인 행보로 평가된다.
북한은 지난 14일 장거리 로켓 발사를 시사한데 이어 이튿날인 15일에는 "언제든지 핵뢰성으로 대답할 만단의 준비가 되어 있다"며 4차 핵실험 의지까지 피력했다.
이로 인해 미국 등 국제사회는 곧바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위반이라며 강력히 비난하며 또 다른 강력한 제재까지 언급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북한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남측을 향해 연일 8·25 합의 이행을 강조하며 미국의 대북 적대정책에 추종하지 말라고 요구하고 있다. 북한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는 17일 미국이 남북관계 개선 흐름에 훼방을 놓고 있다며 남측에 미국을
배제할 것을 촉구했다. 북한의 이같은 이중적 모습 때문에 일각에서는 북한이 '통남봉미' 전략을 구사하며 한미 동맹의 균열을 노리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북한은 핵과 장거리 로켓 발사가 남북관계와 무관하다는 논리를 견지해 왔다는 점에서 최근의 행보 역시 같은 맥락으로 봐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북한은 실제 장거리 로켓 발사를 평화적 위성 발사로 '자주적 권리'에 속하는 문제라 주장하고 있으며 핵은 미국의 적대정책에 따른 것으로 공격용이 아닌 억제력 차원이어서 남북관계와 무관하다는 주장을 펴왔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북한은 시종일관하게 핵과 미사일이 남북관계의 고려 대상이 아니며 변수가 아니라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며 "이번에도 남측 정부의 입장이 어떻든 상관없이 남북관계와 구별해 대응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이번 장거리 로켓 발사 시사는 노동당 창건 70주년을 앞두고 북한의 정치일정에 따른 행보로 보인다.
북한은 이미 지난 2월 당 창건 70주년에 즈음해 발표한 노동당 중앙위원회와 중앙군사위원회 공동구호에서 '우리식의 첨단과학기술 위성, 실용위성들을 더 많이 쏘아올리라!'며 위성발사가 이번 행사의 중요한 일정임을 시사했다.
북한이 당 창건 기념일을 앞두고 국력을 과시하는 최대의 '축포' 행사로 장거리 로켓 발사를 염두에 둔 사전 수순일 수 있다는 것이다.
또 북한의 핵실험 시사는 핵시설을 확장했다는 국제원자력기구의 최근 보고서를 비난한 것으로, 앞으로 장거리 로켓 발사로 국제사회의 강력한 제재에 부딪혔을 때 대응 카드로 사용할 가능성이 크다.
북한 대남선전용 웹사이트인 우리민족끼리도 17일 편집국 논평을 통해 로켓 발사와 핵실험 시사에 대해 "인공지구 위성 발사와 핵억제력 강화에 관한 원칙적 입장과 의지를 표명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장거리 로켓 발사나 핵실험 시사 등 국제사회를 향한 북한의 강경 행보는 노동당 창건 기념일을 앞두고 국제사회를 향해 그 어떤 제재에도 굴하지 않고 자기의 갈 길을 가겠다는 의지를 과시하는 맥락으로 볼 수 있다.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북한은 남북관계와 무관하게 자기들 식대로 국력을 과시하며 당 창건 70주년에 따른 정치 일정을 가고 있는 것"이라며 "굳이 미중 정상회담 등 국제사회를 향해 메시지를 보낸다면 북한을 압박해 봐야 소용없으니 하지 말라는 단호한 입장을 드러낸 것"이라고 말했다.
또 북한이 8·25 합의 이행을 지속 강조하는 것은 간신히 대화 분위기가 마련된 남북관계를 먼저 깨지 않겠다는 속내로 보인다.
북한이 최근 한중 정상회담 결과에 불쾌감을 쏟아내면서도 박근혜 대통령을 '남조선 집권자'로 표현하며 종전과 달리 원색적 비난을 자제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만약 향후 장거리 로켓 발사 등으로 남한이 동참하는 국제사회의 제재가 이뤄지는 등 남북관계가 악화될 경우 그 책임을 남측에 돌릴 수 있어 북한은 당분간 인내심을 발휘하며 관계개선을 도모할 것으로 보인다.
양무진 교수는 "북한이 장거리 로켓 발사와 핵실험 시사로 한반도 정세를 긴장시키면서도 남북관계 개선을 언급함으로써 한반도 정세를 주도한다는 점을 과시하려는 속내도 있는 것 같다"고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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