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조선일보 2015.11.04 임종인 고려대 교수·청와대 안보특보)
KFX 기술이전 약속 못 받아내… 자주국방 앞당길 기회로 삼아야
1970년대 최초 무기 국산화 계획, 부정적 전망에도 결국 성공
KFX 국산화 경험과 노하우는 향후 방위 산업 발전 기여할 것
지난달 한·미 정상회담에서 상대적으로 관심을 덜 받았지만 간과해서는 안 될 중요한 성과로
양국 간 사이버 안보 협력 합의를 들 수 있다. 이번 합의는 양국의 사이버 안보 컨트롤타워인 청와대와
백악관 간의 협의 채널을 마련하고 한·미 동맹 차원의 군사적 사이버 공조를 강화하는 등
사이버 안보 협력 수준을 한 단계 높였고, 사이버 보안 교육 및 인적 개발 분야에서의 협력과
양국 사이버 보안 산업체 간 기술 협력을 강화하는 등 사이버 보안 역량 강화를 위한 실질적인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미국의 선진적인 기술과 노하우를 전수받음으로써
사이버 안보 역량 강화와 보안산업 활성화, 일자리 확충이라는 세 마리 토끼를 잡을 기회가 열린 것이다.
또한 보안이 생명인 사물인터넷 등 전략적 IT 산업의 기술경쟁력 강화에도 큰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이번 정상회담 기간 중 함께 열린 한·미 국방장관회담에서 대한민국 차세대 전투기 사업(KFX)을 위한
기술 이전 약속은 받아내지 못했다. 하지만 낙담만 할 게 아니라 이 상황을 자체 개발을 통해 자주국방을 앞당기고
방산 기술과 IT 기술의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전화위복 기회로 삼는다는 각오가 필요하다.
소프트웨어가 모든 무기의 핵심 요소가 되면서 자국이 보유한 무기에 포함된 소프트웨어에 대한 통제권을 갖고 있는지가
성공적인 자주국방 달성의 척도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KFX 사업의 핵심 영역 중 하나도 바로 KFX의 두뇌에 해당하는
통합 소프트웨어를 포함한 국방 소프트웨어의 개발이다. KFX 국산화 사업을 통해 얻어낼 대규모 국방 소프트웨어
개발 경험과 노하우는 단순히 KFX 사업의 성공 여부를 떠나 향후 대한민국의 방위 산업과 소프트웨어 산업 발전에도
크게 기여할 수 있어야 한다.
이스라엘은 전 국토의 50%가 사막인 척박한 자연환경과 적대국들로 둘러싸인 지정학적 상황에서도 용기와 창의력,
도전 정신으로 방위 산업과 사이버 보안 산업, 정보 산업의 최강국으로 자리 잡았다. 불안정한 안보 상황이라는 악조건을
오히려 혁신의 동력으로 활용했고, 방위 산업과 사이버 보안 산업을 전략 산업화하여 안보 강화와 동시에 경제 발전의
기회로 삼았다. 최근에는 베르셰바 사막에 200여개 글로벌 기업을 유치해 2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사이버스파크라는
글로벌 사이버 보안 산업 중심 도시를 건설하는 거대한 도전을 시도하고 있다.
KFX 자체 개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많은 상황에서, 우리는 이스라엘처럼 도전 정신에 가득 차 있던 우리의 지난 역사를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1970년대 초 최초의 무기 국산화 계획에 대해 다들 부정적이었지만 결국 국방과학연구소에서
성공해냈다. 1970년대 당시 불가능하다고 여겨졌던 포항제철과 경부고속도로가 가능했던 것도 바로 세간의 비관론과
패배주의에 맞선 확고한 정책적 결단과 도전 정신 때문이었다. 우리에게 부정적인 선입견들을 돌파하면서 '한강의 기적'을
일궈낸 자랑스러운 도전의 역사가 있었음을 기억해야 한다.
KFX 자체 개발의 성공을 위해 우리는 패배주의적 역사 인식과 함께 미래에 대한 비관적 전망 또한 버려야 한다.
우리는 다양한 장애물과 한계를 극복해 온 역사와 앞으로 잘 극복해낼 수 있는 저력을 가지고 있다.
강대국 사례와 비교하며 '우리는 안 돼'라고 비하하는 자학과 자조는 금물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응원과 협력이다.
정주영 회장 탄생 100주년인 올해, 해보지도 않고 불가능하다고 우려부터 하는 자신에게 그가 자주 했던
"이봐, 해봤어?"라는 질문을 던져야 한다.
진정한 혁신과 창조는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도전 정신에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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