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나는 헤어짐을 또 경험했다. 1년 넘게 주방에서 힘든 티 한 번 안 내고 궂은일 도맡아 하던 막내 요리사 현우가 복학하기 위해 일을 그만뒀다. 집 방향이 같아 차를 함께 타며 곧잘 속이야기를 나눈 터라 더욱 섭섭했다. 그만두기 며칠 전, 새벽 퇴근길에 조촐히 송별회를 할 겸 둘이서 집 근처 식당을 찾았다.
발길을 멈춘 곳은 '구공탄 구이'라고 쓰인 낡은 고깃집이었다. 구공탄은 구멍이 아홉 개 뚫린 연탄이다. 요즘 연탄 보기가 쉽지 않다. 20대 중반인 현우가 구공탄을 알 리 만무했다. 왠지 여기서 먹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떠나는 직원과 마지막 식사를 할 때마다 그와 함께 먹지 않았던 음식이나, 그가 지금껏 먹어보지 못한 음식을 찾아 먹는다. 그 음식을 먹을 때마다 나를, 우리가 함께 일했던 기억을 떠올리게 만들고 싶어서다. 게다가 나는 원래 구공탄에 고기 구워먹는 것을 좋아한다. 어머니는 입버릇처럼 '고기는 구공탄에 구워 먹는 게 제일 맛있지'라고 했었다.
추위에 덜덜 떨다 들어가서 연탄불에 꽁꽁 언 손을 녹였다. 따듯한 온기가 하루의 지친 피로를 슬며시 풀어주었다. 구공탄에 구운 돼지고기는 기대 이상이었다. 기름이 쪽 빠져서 담백할 뿐만 아니라, 연탄불 맛이 구수하게 입혀져 고기 본연의 풍미를 극대화했다. 곁들여 나온 고릿한 냄새의 청국장은 매서운 추위에 지친 몸을 노곤하게 풀어줬다. 여기에 소주 한잔이 빠질 수 없는 법. 500원짜리 연탄 한 장에 추위를 잊은 훈훈한 밤이었다. 음식은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좋은 매개체다. 이렇게 음식 하나에 또 추억이 담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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