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입력 2016.02.04 01:17
한국에 온 지 3년 반이 지났지만 지난 1월 말 같은 추위는 처음 겪었다. 서울의 아침 최저 기온이 영하 18도까지 내려갔다. 영상 10도만 돼도 춥다고 떠는 이집트 사람 입장에선 정말 혹독한 추위였다. 이집트 사람들은 조금만 쌀쌀해져도 두툼한 옷을 입고 웬만하면 집 밖으로 나가려 하지 않는다. 꼭 나가야 한다면 가급적 빨리 일을 처리하고 후다닥 귀가한다. 두꺼운 장갑을 끼고 양말도 몇 켤레씩 껴 신기 일쑤다. 이집트 시골에선 한국처럼 나무를 때서 집 안 난방을 하지만 히터나 온돌은 쓰지 않는다. 대신 이불로 추위를 이긴다. 이불을 살 때는 원단·원산지·디자인·사이즈를 중시해 꼼꼼히 따진다. 겨울이 오면 이불 할인이나 판매 행사가 줄을 잇는데, 방송 광고까지 나올 정도다.
추우면 활동성이 떨어지는 건 한국도 마찬가지인 모양이다. 최근 “이불 밖은 위험하다”는 말을 주변 사람들에게 직접 듣거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자주 봤으니 말이다. 그런데 JTBC ‘비정상회담’에 함께 출연하는 노르웨이 대표 니콜라이 욘센이 이불 밖은 결코 위험하지 않다는 사실을 일깨워 줬다. 얼마 전 엄청나게 추웠던 그날에 방송작가들과 회의를 마친 뒤 그가 함께 나가서 식사하자고 제안했다. 내가 “날씨가 상당히 춥지 않으냐?”고 했더니 그는 “추울수록 나가서 활동해야 한다”며 나를 설득했다. 그래서 함께 이태원을 한 바퀴 구경하고 양고기 뷔페에서 맛있게 식사를 했다. 추위가 무서워 그의 제안을 거절했으면 어떻게 이렇게 좋은 추억을 만들 수 있었을까.
니콜라이의 나라 노르웨이는 겨울이면 해 뜨는 시간이 짧아 우울 증세나 외로움에 시달리는 사람이 많을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알고 보니 그렇지 않았다. 니콜라이에 따르면 노르웨이 사람들은 날씨를 바꿀 수도, 나라를 떠날 수도 없으므로 가능한 한 날씨에 맞춰 삶의 재미를 잃지 않으려고 노력한다고 한다. 예로, 추워지면 겨울에만 할 수 있는 스포츠를 더욱 활발하게 즐긴다고 한다. ‘나쁜 날씨란 없다. 다만 날씨를 감당하지 못하는 나쁜 옷만 있을 뿐이다’는 말도 있다고 한다. 추위를 불평하기보다 오히려 추위에 대한 반응과 대처 방식을 바꾸려고 하는 것이다.
그의 말을 들으면서 ‘환경에 맞춰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은 만큼 하면서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 겨울 가장 추웠던 날, 그 강추위 속에서 친구와 함께 만든 이태원의 추억이 내게 준 삶의 교훈이다. 이번 설 연휴에는 좀 춥더라도 활발하게 움직일 생각이다.
새미 라샤드 <JTBC ‘비정상회담’ 출연자>
니콜라이의 나라 노르웨이는 겨울이면 해 뜨는 시간이 짧아 우울 증세나 외로움에 시달리는 사람이 많을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알고 보니 그렇지 않았다. 니콜라이에 따르면 노르웨이 사람들은 날씨를 바꿀 수도, 나라를 떠날 수도 없으므로 가능한 한 날씨에 맞춰 삶의 재미를 잃지 않으려고 노력한다고 한다. 예로, 추워지면 겨울에만 할 수 있는 스포츠를 더욱 활발하게 즐긴다고 한다. ‘나쁜 날씨란 없다. 다만 날씨를 감당하지 못하는 나쁜 옷만 있을 뿐이다’는 말도 있다고 한다. 추위를 불평하기보다 오히려 추위에 대한 반응과 대처 방식을 바꾸려고 하는 것이다.
그의 말을 들으면서 ‘환경에 맞춰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은 만큼 하면서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 겨울 가장 추웠던 날, 그 강추위 속에서 친구와 함께 만든 이태원의 추억이 내게 준 삶의 교훈이다. 이번 설 연휴에는 좀 춥더라도 활발하게 움직일 생각이다.
새미 라샤드 <JTBC ‘비정상회담’ 출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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