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조선닷컴 2016.03.19 정경원 세종대 석좌교수·산업디자인)
비행기가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 다가가면 창 밖에 'HOLLYWOOD' 표지판이 보이기 시작한다.
마운트 리(해발 521m)의 정상 부근에 자리한 표지판은 우여곡절 끝에 LA의 랜드마크로 자리 잡았다.
원래 이 표지판은 1923년 LA 근교에 조성된 주택단지의 분양을 홍보하기 위해 'HOLLYWOODLAND!'로 설치되었다.
영국 런던 출신인 토머스 고프(Goff)는 모든 글자의 높이를 15m, 폭은 9.1m로 디자인했다.
글자체는 단순한 산세리프체의 곡선 부분을 45도로 재단하여 제작과 관리가 쉽게 했는데,
그것이 오늘날 대형 간판에 많이 쓰는 할리우드체로 발전하였다.
분양이 끝난 후 철거될 예정이었던 표지판이 존치된 것은 많은 시민이 원했기 때문이다.
영화 등 대중매체에 자주 등장해 인기가 높아졌지만, 점차 퇴락해 대대적인 보수가 필요하게 됐다.
1949년 할리우드 상공회의소는 'LAND!'를 빼서 부동산 냄새가 빠진 표지판을 세워 면모를 새롭게 했다.
1978년 11월 할리우드 창설 75주년을 맞아 플레이보이 발행인 휴 헤프너 등 9명이 한 글자씩 맡아 기부한 성금 25만달러를
들여 높이를 1m 낮추고, 폭도 글자체의 모양대로 조절한 표지판을 새로 세웠다.
CBS TV가 표지판 개막식을 실황 중계해 유명해지자 세계 여러 지역에 모조품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그런데 2008년 인근 토지 소유주인 부동산 개발업체가 고급 빌라 건립을 추진 하며 존폐 위기를 맞았다.
LA 시의원과 환경단체는 표지판을 지키기 위해 공공토지신탁기금과 시민 성금을 모아 토지를 매입하기로 했다.
'정상을 지키자'라는 현수막을 표지판 위에 덮고 성금을 독려하여 1250만달러(약 145억원)의 토지 대금이 모금됐는데
이번에도 헤프너는 100만달러를 기부했다.
시민의 관심과 협조가 사라질 뻔했던 랜드마크를 지켜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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