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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팝나무 꽃피는 계절, 삶과 믿음

바람아님 2016. 4. 17. 00:12
[중앙일보] 입력 2016.04.16 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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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은광 원광대학교 미술관 학예사.


봄이 되어 고속도로를 달렸다. 올해는 유난히 조팝나무가 아름다웠다. 하얀 꽃 그리고 바람에 흔들리는 모습은 손사래 치는 것과 같다. 봄에 몇 가지 전시를 준비하고 진행했다. 미술관의 전시는 작가의 성향이다. 그가 무얼 표현하려고 하는 것에 대한 정확하고 멋진 보여줌이 관객들에게는 기쁨이 되고 설렘이 된다.

요즘 갑자기 식욕이 떨어지고 또 몸살기와 변비가 연일 찾아왔다. 약도 먹고 병원도 찾아갔지만 별반 고만고만 속효는 되지 못했다. 세상에 살면서 건강이 무슨 뜻인지는 몸이 아파야 알게 된다. 그래서 아픔도 경험이 있어야 진솔하다는 것이다. 요즘 나는 어떤 수행자와 밤늦도록 전화를 한다. 삶의 화두와 철학 그리고 살아온 이야기와 건강 등 그가 겪은 이야기와 적당히 나의 경험이 주거니 받거니 했다.

그의 결론은 이러했다. 인간이란 근본적으로 무엇인가. 자기 육체를 끌고 다니다 버리는 일이 인간이란 일이고 작업이다. 그러니 그것을 끌고 다니는 동안 나는 어떻게 살고 있는가. 또는 왜 이렇게 끌고 다니며 사는가에 대한 해답이 분명하면 고통스러울 것도 없고 불평할 것도 없다. 그런 육체를 가지고 명예니 권력이니 또는 권위니 학문적인 지식을 가지고 다니는 사람이니 등등으로 평가하고 불린다. 하지만 그것 말고는 뭐가 다른 거가 있을까 였다.

어디에 살건 그 사람이 주인공이 되라는 말은 어찌 보면 우습기 짝이 없다. 주인공이 돼서 뭐 하려고 하는가. 결국 그것은 세속에서 ‘나’라는 존재성의 확인이다. 수행자들은 항상 나라는 것이 없는 겸허함이다. 그것이 몸에 체득되었을 때 세상에서 그의 모습을 흠모한다.

예전에 내가 잘 알던 화가는 이렇게 말했다.“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말이 뭔지 알아? 그건 존경한다는 말이야. 존경한다는 말에 속아 스스로 자기 자신을 얼마나 괴롭히고 사는지 모르지” 그 말이 20년이 지난 지금도 나에겐 잊히지 않는다. 다시 말하자면 존경 받으려고 사람이 굳어버린다는 것이 자신의 본래 성품마저도 존경이란 모습으로 바꾸는 작업을 한다는 것이다. 우치(愚癡)하다.

엊그제 국회의원선거가 끝났다. 나는 그날 뉴스도 안보고 또 알고 싶지도 않았다. 권력이 좋다고 또는 스스로 세상에 드러나는 일이 좋다고 저렇게 당선의 환희를 만끽하지만 진실로 당신 권력을 소화하지 못하고 백성과 함께 눈물을 흘리지 않는다면 그것은 권력을 소화 못한 변비증상과 뭐가 다를 건가. 비록 종교가 정치에 눈을 돌리지 않는다고 하지만 나는 그렇게 말해주고 싶었다. 이 대단한 육체를 끌고 다니는 하루하루가 알고 보면 대단한 일이지만 한편으로 생각해보면 그저 그럴 뿐이다.

봄이 되니 강가의 버드나무가 가장 좋다. 그게 좋은 이유는 바람에 흔들리고 자기 자신도 춤을 출 수 있기 때문이다. 능수야 버들아 흥 했던 옛적의 이야기들은 오늘 나의 맑은 가슴에 흘러가는 바람이나 구름이 되어 세상의 흐름을 바라본다. 꽃이 세상을 아름답게 보여준다면 버드나무는 마음의 흔들림을 바라보게 하기 때문이다.

정은광 교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