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學,藝術/사진칼럼

졸지에 '사진초짜'가 된 사연

바람아님 2016. 5. 27. 00:08
[J플러스] 입력 2016.05.24 13:54

참 오랜만에 산에서 야영을 했다. 울주 연화산 꼭대기서다. 회사일로 다랑논을 찍으러 갔다. 밤풍경을 즐기다 잠이 들었다. 시끌벅적한 소리에 잠이 깼다. 새벽 4시 반. 경상도 사람들 참 요란하다. 싸움이라도 난 줄 알았다. 이른 새벽부터 '진사님'들이 몰려든 것이다.
텐트를 열고 나갔다. 뜻밖에 아름다운 운해가 드리워져 있었다. 잠이 채 덜 깬 채 헤드랜턴을 켜고 카메라를 주섬주섬 챙겨 나갔다. 그런데 갑자기 어떤 분이 '버럭' 하고 화를 낸다. 

"보소! 랜턴 좀 꺼소!"
장노출로 야경을 찍고 있었나 보다. 아는 사람은 알지만 밤에 사진 찍을 때 주변에 어른거리는 불빛이 성가시기 때문이다.
"아...네 죄송합니다."
그리고 혼잣말 처럼 중얼거린다. 나 들으라고 하는 소리다.
"이런데 오면 꼭 초짜들이 헤드랜턴 켜고 설친다니까. 조금만 있으면 적응돼서 잘 보이는데...."

헐....! 졸지에 '30년 사진인생' 이 초짜가 됐다. 순간 실핏줄 터지는 소리가 났다. 오년만 젊었어도 '하늘의 기운과 대지의 기운을 받아' 핏대 올리며 멱살잡이라도 했을 거다. 그런데 말이다. '초짜'라는 모욕적인 말이 기분좋게 들리는거다. 이 나이에 벌써 이이순(而耳順)의 경지라도 된건가.
그 분을 봤더니 머리가 희끗희끗하다. 칠순은 돼 보인다. 노구에 새벽일찍 산에 올라 사진을 찍는 모습이 너무 진지하다. 어쩌겠는가.....

"할아버지, 오래오래 건강하고 행복한 사진생활 하세요."
#아래 사진은 이날 촬영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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