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學,藝術/사진칼럼

[서소문 사진관] 6000만 송이… 눈이 시린 개양귀비꽃

바람아님 2016. 5. 29. 00:07
[중앙일보] 입력 2016.05.27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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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태화강변에 꽃축제가 한창입니다. 형형색색의 봄꽃이 6000만 송이에 이릅니다. 가장 돋보이는 꽃이 개양귀비입니다. 이름 값을 합니다. 눈이 시리도록 붉은 빛을 토해냅니다.

꽃양귀비로 알려진 개양귀비는 마약성분이 없는 원예용 꽃입니다. 식물의 이름에 붙는 접두어 '개' 자가 재미있습니다. 개나리, 개살구, 개똥참외에서 보듯이 '개'자는 '~만 못하다' 는 뜻으로 쓰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시대가 변하면 말의 쓰임새로 달라집니다. 요즈음 '개'자는 형용사 앞에 붙어 '매우', '아주' 라는 뜻으로 쓰입니다. 개고생, 개슬프다, 개웃기다.... 등등 비속어로 많이 사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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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양귀비는 또 우미인초(虞美人草)·애기아편꽃으로도 불립니다. 우미인은 초(楚)나라 항우의 애첩으로 알려진 인물입니다. 항우가 유방의 군대에 포위되자 우미인과 석별의 정을 읊는 시를 읊었다고 합니다. 우미인은 항우의 시에 맞추어 노래를 부른 뒤 자결을 했습니다. 우미인이 죽고 난뒤 무덤에서 개양귀비꽃이 피었는데 그래서 붙은 이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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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시민들 뿐 아니라 전국에서 꽃축제를 즐기러 옵니다. 봄나들이 나온 여심도 양귀비의 붉은색에 물듭니다. 사진을 찍으며 봄을 즐깁니다. 소풍 나온 유치원생들은 집으로 돌아갈 시간이 됐습니다. 행여 길을 잃을까 싶어 끈으로 손을 묶었습니다. 더 놀고 싶은 걸까요. 못내 아쉬운 듯 뒤를 돌아봅니다.

주기중 기자·clickj@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