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조선일보 2016.09.06 팀 알퍼)
한국엔 뭉크 같은 예술가 없고 유럽엔 엑소 같은 예능인 없어
독특한 개인주의자 많은 유럽, 본능적으로 유행 거부하고
조직·팀워크에 탁월한 한국, 옷에서도 유행·주류 추구해
올가을 인천공항에서 런던까지 갈 계획이 있다면 패션에 관한 아마 평생 잊지 못할 혼란스러운 경험을
한국 공항에서는 밖에 나가지 않아도 날씨를 알 수 있다. 모든 사람이 날씨와 계절에 적합한 옷을 입고 있기 때문이다.
서양, 특히 유럽에서 '무엇을 입느냐'는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표현하는 도구다.
한국은 다르다. 겨울에 짧은 여름옷을 입고 다녔다간 "오, 스타일 독특하네"라는 평가 대신
뭔가 잘못된 사람 취급당할 게 분명하다.
어떤 패션 아이템이 인기를 얻으면, 한국의 거의 모든 패션 브랜드가 앞다퉈 그 상품을 카피해 출시한다.
한국인 대부분은 개성 있는 스타일로 트렌드 리더가 되기보다는 최근 유행에 뒤처지지 않고 주류에 속하길 원한다.
두 집단은 매우 다른 방식으로 패션에 접근한다.
한국인은 새로운 패션 아이템이 유행을 타면 그것을 자신의 스타일에 어떻게 접목할지 고민한다.
반면 유럽인은 본능적으로 유행을 거부할 방법을 찾는다.
이런 차이를 보이는 근본적인 이유는 한국 사회와 서양 사회가 다른 방식으로 조직돼 있기 때문이다.
한국인은 조직을 만들어 일하는 성향이 강하다.
그들은 팀워크를 발휘하는 데 탁월하다.
세계적인 성공을 거둔 수많은 한국 보이 밴드와 걸그룹이 바로 그 예다.
소위 칼군무라 불리는 일사불란하게 맞아떨어지는 춤 동작은 서양 팝그룹이 도저히 흉내 낼 수 없는 세계다.
사무실에서도 마찬가지이다.
한국 회사의 각 부서는 소그룹을 만들어 업무를 매끄럽게 진행한다.
반면 유럽의 사무실에서 소그룹을 만들었다간 언쟁만 벌이다가 끝내 아무 결과도 얻지 못할 것이다.
유럽인들은 개인 작업에서 두각을 나타낸다. 니체는 삶 대부분을 은둔자로 살았다.
그는 '실스 마리아의 은자(隱者)'를 자칭하며 작품 대부분을 스위스의 깊은 산 속 외딴 오두막집에서 집필했다.
독창적인 팝 뮤지션 데이비드 보위, 소설가 톨스토이와 마르셀 프루스트, 화가 뭉크 또한 은둔형 인간들이었다.
한국은 아직 니체나 보위, 뭉크 등을 배출하지 못했다. 앞으로도 배출하기 힘들 것 같다.
한국인이 창의적이지 않아서가 아니라 유럽인과 달리 혼자인 상태를 잘 받아들이지 못하기 때문인 것 같다.
베토벤이나 반 고흐처럼 광기 넘치는 고독한 천재가 유럽인의 전형이다.
독특한 개인주의자가 된다는 것은
때때로 내가 남과 다르다는 점을 인정하고 남들이 걷지 않은 길을 외롭게 찾아가야 한다는 뜻이다.
한국인에게 홀로 작업하는 것은 불합리하고 달갑지 않은 경험이다.
한국인들은 함께 일할 때 더 많이 성취할 수 있다는 것을 잘 안다.
그들이 단체의 일부에 속하는 것은 비슷한 옷을 입는 것에 비유할 수 있다.
아마도 어떤 잠재의식이 한국인에게 작용하는 것 같다.
반면 서로 다르게 옷을 입으려는 유럽인들은 옷을 통해 서로 거리를 유지하고 무리에서 분리될 수 있다.
유럽인들의 개인주의적 사고와 한국인들의 집단주의적 사고는 양쪽 문화권의 생활 방식에서 다양한 측면을 통해 드러나지만, 우리가 누구이고 우리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를 가장 명확하게 표현해 주는 것은 '옷'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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