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착은 만족을 얻는 방식, 대상과 관계 맺는 방식, 위험에 반응하는 방식에서 원초적 양식이 계속 유지되는 것을 말한다. 즉 자아 기능이 발달 초기 단계에 집착적으로 고정되어 있는 것을 뜻한다.” 고착은 퇴행과 발달 정지를 낳는다. 퇴행은 스트레스 상황에서 쉽게 발생하고, 발달 정지는 진보된 정신 수준으로 나아가지 못하게 한다. “이때 개인은 자기와 대상을 충분히 구분하지 못하고, 동일시와 투사를 과도하게 사용할 수 있다. 초자아 발달 정지로 인해 도덕성이 부적절하게 형성될 수 있다.” 고착은 개인의 삶을 위기로 몰아간다. 미숙한 현실감각과 왜곡된 인지작용이 판단 오류를 범하기 때문이다.
지금은 성숙한 회복작업, 건강한 애도작업이 필요해 보인다. 그때 그 시절과, 그 시절 인물들을 떠나보낼 때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 있다. 자신의 증상들을 부끄러워하거나, 고착과 관련된 대상을 공격하지 않는다. 과거의 자신을 그대로 인정하기, 떠나보내는 대상을 슬퍼하기, 새로운 시각으로 현실 인식하기, 모든 경험과 정서를 내면에 통합하기 등의 작업이 필요하다. 개인이 변화와 성장을 경험하는 시간은 외부에서 보면 혼돈과 위기의 순간처럼 보인다. 사회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지금 우리 사회가 혼돈과 위기에 처한 것처럼 보인다면 그것은 중요한 변화와 회복의 시간을 지난다는 뜻이다.
김형경 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