時事論壇/時流談論

[위기의 대한민국… ] "市場보수·安保보수를 넘어서는 혁신 보여줘야 위기 탈출"

바람아님 2016. 12. 3. 06:36

(조선일보 2016.12.03 이선민 선임기자)


[위기의 대한민국… '보수의 길'을 묻다] [6] 김호기 연세대 교수


"지역주의·박정희 향수에 보수, 더이상 기대선 안돼"


김호기 연세대 교수

"이명박·박근혜 정부는 집권하면서 국민에게 했던 약속을 지키지 못했고, 

이런 무능이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 파행 운영과 겹쳐 '보수의 위기'를 가져왔다. 

보수의 회생은 21세기에 어울리는 새로운 보수의 비전과 정책을 만드는 데서 시작해야 한다."


대표적 중도 진보 지식인인 김호기(56·사진)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는 본지 인터뷰에서 

한국 보수가 '안정 속의 개혁'을 지향하는 고전적 보수로 거듭날 것을 권고했다. 

노무현 정부 때 대통령 자문 정책기획위원으로 참여했으며, 

진보 지식인들의 싱크탱크인 '좋은정책포럼'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김 교수는 

"새는 좌우의 날개로 날고, 나라는 진보·보수가 생산적 경쟁을 해야 발전한다"고 말했다.


―최근 사태를 어떻게 보는가.


"이번 사태는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 운영이 안고 있던 문제와 보수 세력 전체의 위기가 겹쳐서 일어났다. 

헌법의 제1 수호자여야 할 대통령이 민주공화국의 기본 원칙을 파괴했다. 

박정희 전 대통령 이래 한국을 상징하던 '발전 국가'를 국가가 국민으로부터 공물을 빼앗는 '약탈 국가'로 후퇴시켰다. 

최순실씨 딸 정유라의 대학 입시 부정은 한국 사회에서 공정성의 최후 보루로 여겨지는 입시의 신뢰성을 허물어 

국민의 경악과 분노를 폭발시켰다."


―박근혜 대통령에서 비롯된 문제가 보수 세력 위기로 확산된 이유는 무엇인가.


"집권 여당도 이번 사태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그

런데 한 달이 넘게 지났는데도 친박과 비박의 갈등으로 사태 해결에 실패한 것이 상황을 더 악화시켰다. 

집권 세력에 대한 경고는 이미 지난 4월 총선에서 나타났다. 

그런데도 집권 여당은 체제 정비의 노력을 전혀 기울이지 않았고 일이 터지자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보수의 위기'를 가져온 근본적 원인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보수는 2007년 대선에서 '선진화' '경제 살리기'를 내걸고 정권 탈환에 성공했다. 

2012년 대선 때는 '경제 민주화' '복지'를 내세워 정권을 재창출했다. 

하지만 이명박·박근혜 정부는 국민에게 한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세계적으로 경제 상황이 어렵기는 하지만 한국이 선진국에 진입하려면 중(中)성장은 해야 하는데 저성장이 계속되는 바람에 

'경제는 보수'라는 통념이 무너졌다. '헬조선' '수저론(論)'으로 표출된 사회적 불평등 문제에 대해서도 아무런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해 사회 통합과 공동체 중시라는 보수의 기본 가치를 제대로 갖고 있는지 의심하게 만들었다."


―한국 보수가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


"보수의 원래 가치에 충실하게 거듭나야 한다. 

영국의 정치사상가 에드먼드 버크가 제시한 '고전적 보수'는 '안정 속의 개혁' '질서 있는 개혁'을 지향한다. 

전통과 질서를 존중하면서도 점진적인 변화와 개혁을 추구하는 것이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적지 않은 국민이 '보수=수구 반동'으로 생각하고 있다. 

이런 인식을 바꾸려면 한국 보수의 양 축인 '시장(市場) 보수'와 '안보(安保) 보수'가 신자유주의와 박정희주의를 넘어서는 

새로운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그리고 저성장과 사회적 불평등, 저출산·고령화 등 한국 사회의 당면 과제들에 대한 

보수적인 정책 대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그런 변화를 담당할 주체는 결국 보수 정치인인데 준비가 돼 있다고 보는가.


"보수 정치 세력은 세대교체가 제대로 안 된 것 같다. 

김영삼 대통령과 그다음의 이명박·박근혜 대통령을 계승하는 제3세대가 정치적 역량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한국 보수에 고언(苦言)을 한다면.


"한국 보수는 그동안 지역주의, 박정희 시대에 대한 국민적 향수, 진보 세력에 대한 중도층의 실망으로 인한 

반사 이익을 버팀목으로 유지돼 왔다. 그러나 이제 그런 여건들이 무너져내리고 있다. 

가장 시급한 과제는 21세기에 걸맞은 새로운 보수의 철학·비전·정책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박세일 교수가 제시했던 선진화 담론은 보수 정부들을 거치면서 설득력과 정당성이 훼손됐지만 여전히 의미가 있다. 

성장의 경제정책과 통합의 사회정책을 담은 선진화 담론의 새로운 버전을 마련할 것을 기대한다."




[위기의 대한민국… '보수의 길'을 묻다]

 

[1] 송복 연세대 명예교수 : "국민보다 수준이 훨씬 낮은 사이비 保守 정치의 실패"

[2] 박세일 서울대 명예교수 : "정치가 '私的 사업' 전락해 국가표류…이익보다 가치 따지는 新보수로 가야"

[3] 복거일·소설가 : "지도자 잘못 뽑은 보수, 성찰할 때… 보수가 지켜야할 가치 훼손은 안돼"

[4] 강원택 서울대 교수: "'국가가 끌면 시민은 따라야' 思考 버리고 비정규직 등 청년 고민도 껴안는 保守로"

[5] 소설가 이문열 : 보수여 죽어라, 죽기 전에… 새롭게 태어나 힘들여 자라길

[6] 김호기 연세대 교수 : "市場보수·安保보수를 넘어서는 혁신 보여줘야 위기 탈출"

[7] 박지향 서울대 교수 : "따뜻하고 도덕적 보수로 거듭나 양극화·청년층 좌절 치유해야"

[8] 유종호·前 예술원 회장 : "굴욕감에 광장을 가득 채운 분노… 이젠 理性의 민주주의 작동할 때"

[9] 안병직 서울대 명예교수 : "권위주의 아닌 민주적 보수로 내각제·완전국민경선 도입을"

[10·끝] 한영우 서울대 명예교수 : "조선시대 史官은 임금 감시한 'CCTV'… '권력의 맛' 경계한 선비정신 되새겨야"





[중앙시평] 


21세기 한반도의 지정학(2016.1203)

중국의 속셈(2016.0220)





블로그 내 보수.진보 논쟁을 위한 고전 :

이들의 '밥상머리' 논쟁에서 보수·진보는 탄생했다



美독립과 佛혁명의 격동기 속에서 보수·진보 사상적 기준 제시한 버크·페인의 논쟁 추적


에드먼드 버크와 토머스 페인의 위대한 논쟁|유벌 레빈 지음

조미현 옮김|에코리브르|352쪽|1만8500원


프랑스혁명에 관한 성찰

에드먼드 버크 지음|이태숙 옮김|한길사|396쪽|2만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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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식, 인권/ 토머스 페인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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