時事論壇/國際·東北亞

[한삼희의 환경칼럼] 좀 불편하게 사는 것도 배워보자

바람아님 2017. 3. 25. 07:32

(조선일보 2017.03.25 한삼희 수석논설위원)


兩會 때 맑았던 서울 공기, 양회 끝나자 주의보 발령… 베이징發 오염 부인 못 해 

現 '차량 2부제'는 너무 느슨해 실효 없어… 더 정교하게 다듬어 '오염' 실감케 해야


한삼희 수석논설위원

지난 주말부터 며칠 수도권 공기가 안 좋았다. 21일, 화요일엔 미세 먼지 주의보가 발령됐다. 

공기 질이 한때 세계 도시 가운데 둘째로 나빴다는 보도도 나왔다. 

그런데 그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브리핑에서

'중국 대기오염이 주변국에 피해를 주고 있다는 주장은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중국도 대기오염을 개선하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그러나 중국 스모그가 한국에 영향 끼치는 걸 부인하는 건 곤란하다. 

지난 3~15일 베이징에선 전국인민대표회의,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의 이른바 양회(兩會)가 열렸다. 

이 기간 중 베이징 주변 공장들이 가동을 줄여 하늘이 맑아졌다. 양회가 끝나자 베이징 공기는 다시 나빠졌다. 

수치로 보면 양회 기간 동안 베이징의 초미세 먼지(PM 2.5) 평균 농도는 공기 ㎥당 10㎍ 미만으로 아주 낮아 맑았던 날이 

나흘 있었다. 높은 날도 50~60㎍이었다. 그런데 양회가 끝난 다음 날인 16일 114㎍으로 뛰어올랐다. 

24일까지 대체로 100~150㎍ 수준이었고 19일은 222㎍이나 됐다.


서울은 양회 기간 열하루의 평균값이 33㎍이었다. 양회 뒤 16일 43㎍으로 뛰어오르더니 17~21일 닷새는 평균 58㎍을 

기록했다. 스모그가 베이징에서 서울까지 오는 데 1~2일 걸린다. 양회 동안 견딜 만했던 서울 공기가 양회가 끝나자 

하루 이틀 만에 숨 막히는 수준으로 나빠진 것이다. 양회 때의 베이징 맑은 하늘을 '양회 블루(兩會藍)'라고 한다. 

양회 뒤 '베이징 브라운' 스모그가 서해를 건너와 서울 하늘도 갈색으로 만들었다는 건 부인하기 어렵다.


환경부와 서울시·인천시·경기도는 지난달 수도권 공기가 나빠지면 행정·공공기관과 직원 대상으로 차량 운행 2부제를 

시행하기로 합의했다. 그 조건은 ①수도권의 한 권역이라도 초미세 먼지가 90㎍ 이상 ②수도권 평균 50㎍ 이상 

③다음 날 100㎍ 이상 예보의 세 가지다. 초미세 먼지 측정을 시작한 2015년 이래 딱 한 번(2015년 10월 20일) 

그 조건에 해당했다.


환경부가 벤치마킹 대상으로 삼은 프랑스 파리 경우를 보자. 파리는 굵은 먼지도 포함하는 미세 먼지(PM 10) 오염도가 

80㎍ 이상일 때 차량 2부제를 시행하는 제도를 유지해왔다(PM 10으로 80㎍은 PM 2.5로는 50㎍쯤 된다). 

위반하면 벌금 22유로를 매긴다. 2014년 이후 실제 네 차례에 걸쳐 8일 동안 2부제가 시행됐다. 

프랑스 기준을 적용했다면 서울에선 이달에만 사흘은 2부제를 시행했어야 했다. 더구나 서울의 2부제는 공공기관만 참여한다.

대상 차량이 전체(750만대)의 3%밖에 안 된다. 내년부터 민간 차량에도 확대하겠다고는 하고 있다.


오염 공기가 베이징에서 날아오는데 차량 2부제가 소용 있겠나 하는 생각도 들긴 한다. 

그래도 한국 기준은 너무 느슨하다. 공공기관만 대상이라 실효도 없다. 

시민 불편 때문에 조심스럽긴 할 것이다. 개인 생각이지만, 어쩌다 한 번씩은 불편하게 사는 것도 배워둘 필요가 있다. 

가뭄이 심할 때는 교대로라도 수돗물 공급 제한을 겪어봐야 물 귀한 줄 알게 된다. 

전기가 모자라면 돌아가며 전기 쓰는 걸 억제하고, 공기가 더러우면 차 몰고 시내 나오는 것을 삼갈 수 있어야 한다. 

그런 경험을 통해 어려운 일은 함께 극복한다는 공동체 정신도 키울 수 있다.


파리에선 올 1월부터는 차량 2부제 대신 오염 등급에 따른 운행 제한을 시행하고 있다. 

차를 여섯 등급으로 나눠 오염이 심한 차부터 차례로 운행을 금지한다. 

작년까지는 2부제 때 지하철·버스 요금을 공짜로 했는데 올해부터는 하루 동안 버스·지하철을 마음대로 탈 수 있는 표를 

3.6유로(약 4350원)에 팔고 있다. 제도를 더 정밀하게 다듬은 것이다. 

연구를 하면 좋은 제도는 얼마든지 만들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