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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에게 '아니 되옵니다' 말할 수 있는 관료 얼마나 될까요"

바람아님 2017. 3. 27. 17:30

(조선일보 2017.03.27 유석재 기자)


'왕으로 산다는 것' 신병주 교수, 조선시대 임금의 리더십 다뤄


신병주 교수는 “조선 왕조를 500년 넘게 장기 지속시킨 힘은 군주의 리더십에 있었다”고 말했다.

신병주 교수는 “조선 왕조를 500년 넘게 장기 지속시킨 힘은 

군주의 리더십에 있었다”고 말했다. /이태경 기자


"사극을 보면 조선시대 신하가 임금에게 '아니 되옵니다'라고 말하는 장면이 나오지요?

정말 그랬습니다. 

그런데 지금 과연 대통령에게 그렇게 말할 수 있는 관료가 얼마나 있을까요?"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가 도마 위에 오른 이 시점에 오히려 조선시대 임금의 

국가 경영 리더십을 다룬 책을 냈다. 

'왕으로 산다는 것'(매일경제신문사)의 저자인 신병주(54) 건국대 사학과 교수에게 

그 이유를 묻자 "오히려 지금이 그때보다 못한 점이 많은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대통령에게 직언하다 해임된 유진룡 전 문체부 장관 같은 사람이 조선시대엔 

흔했습니다."


조선시대사를 전공한 역사학자인 그가 보기에 조선의 왕들은 

고대나 고려의 왕과는 달리 결코 절대적인 권력을 누리지 못했다. 

신권(臣權)이 만만치 않았고, 제도 정비로 삼사(三司) 같은 권력 견제 장치가 

존재했기 때문이다. 

신 교수는 "결국 왕권과 신권의 조화를 이루면서 정치력을 발휘하는 조선 군주의 

리더십은 국가의 성패를 좌우하는 중요한 기준이었다"고 말했다. 

조선왕조를 500년 이상 오래가게 한 것은 바로 그 군주의 리더십이었다는 것이다.


오늘의 우리가 거울로 삼아야 할 그 리더십이란 무엇인가. 신 교수는 시대정신을 잘 읽는 정치, 탕평(蕩平), 소통, 포용력, 

위기 극복 능력의 다섯 가지를 들었다. "세종은 창업기 조선의 문물 정비에 힘을 기울였고, 경제와 국방에 힘을 쏟았던 

숙종은 영·정조기 중흥의 기반을 세웠습니다. 시대정신에 부합되는 정치를 했던 군주들인 것이죠."


당파를 따지지 않고 고르게 인재를 등용하는 '탕평', 독선에 빠지지 않고 신하들과 화합하는 '소통'과 '포용력'도 

중요한 리더십 덕목이었다. "정조는 복수의 정치 대신에 반대파까지 끌어안으며 개혁에 나섰습니다. 

반면 처음엔 개혁을 시도하던 광해군은 측근에게만 의존하다 실패의 길을 걸었고요."


'위기 극복' 측면에서 신 교수는 실패의 아이콘과도 같았던 선조와 고종에 대해서도 재평가를 시도한다. 

"선조가 임진왜란이라는 최악의 상황을 피하지 못했던 왕인 것은 분명합니다. 

그러나 신진 학자들이 대거 정계에 등장해 인재 풀을 형성한 시기라는 점도 기억해야 합니다. 

결국 그들이 임란 극복의 기반이 됐고요." 

'망국의 군주'로 알려진 고종에 대해서는 "외세의 힘이 너무 가혹해 결실을 맺지 못했지만, 근대국가를 건설하려고 

노력했다는 점은 인정해야 한다"고 했다.


2010년 본지가 주최한 '길 위의 인문학' 캠페인에 강사로 참여했던 신 교수는 KBS '역사저널 그날'에 출연하고 

'불멸의 이순신' 같은 역사 드라마 자문을 맡는 등 역사의 대중화에 힘써 왔다. 

그는 이번 책의 후속작으로 '참모로 산다는 것'을 준비하고 있다. 

"'리더십'과 '팔로십'을 동시에 발휘한 흥미로운 인물들입니다. 

정도전, 하륜, 황희, 성삼문, 그리고 세종의 '과학 참모' 격이었던 장영실 같은 사람들이 등장할 겁니다."
























책소개


『왕으로 산다는 것』은 〈매경이코노미〉에 연재한 ‘왕으로 산다는 것’ 칼럼의 전체 내용을 모은 것이다. 

태조부터 순종까지 조선의 27명 왕 대부분을 언급하고 있다. 

왕이 되기까지의 과정, 왕의 가족, 왕이 된 후의 정책, 조언을 받은 참모, 왕의 라이벌 등 왕의 주변 인물이나 

주요한 사건들의 면모를 모두 담으려고 노력했다. 

조선의 왕은 고대나 고려의 왕들에 비해 절대적인 권력을 누리지는 못했다. 

제도가 정비되면서 왕을 견제하는 장치도 적절히 운영되었기 때문이다. 

조선시대 정치사에서 큰 축을 차지하는 왕권과 신권의 문제는 결국 왕권을 누가 어떤 방식으로 행사하느냐에 

따라 갈등의 양상을 보이기도 하고 조화를 이루기도 했다. 

세종과 같은 왕이 절대 권력을 휘두르지 않으면서도 자신의 뜻에 맞게 강력한 정치력을 발휘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왕권과 신권의 조화를 이루었던 측면이 크다.


[인터넷 교보문고 제공] 


저자소개

저자 신병주는 경북 안동에서 태어나 대구에서 중ㆍ고등학교를 다녔다. 

서울대 국사학과 및 동대학원을 졸업하였다. 

서울대ㆍ건국대ㆍ국민대ㆍ가톨릭대ㆍ서울여대 등에서 조선시대 지성사, 조선 후기 사회와 실학, 

한국사를 이끈 지성 등 주로 조선시대의 사상과 문화를 주제로 강의하였으며 

서울대 규장각 학예연구사로 재직했고, 현재 건국대 사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역사의 대중화에 깊은 관심을 가져 KBS 《역사저널 그날》에 출연했으며 《역사추리》 《역사스페셜》 

《불멸의 이순신》, EBS 어린이 역사 드라마의 자문을 맡았다. 

KBS1라디오 《글로벌 한국사, 그날 세계는》 EBS《신병주의 역사여행》을 진행하고 있으며 남명학연구원 

상임연구위원, 외교통상부 외규장각도서 자문포럼 위원으로도 활동했다.


저서로는 《글로벌 한국사 그날 세계는》《조선과 만나는 법》《키워드 한국사》《왕과 아들》《조선평전》 

《남명학파와 화담학파 연구》《66세의 영조, 15세 신부를 맞이하다》《하룻밤에 읽는 조선사》 

《고전소설 속 역사여행》《조선왕실 기록문화의 꽃, 의궤》《조선시대 사람들은 어떻게 살았을까(공저)》

《모반의 역사(공저)》《제왕의 리더십(공저)》《조선 최고의 명저들》《조선 중ㆍ후기 지성사 연구》

《규장각에서 찾은 조선의 명품들》《이지함 평전》《왕실 도서관 규장각에서 조선의 보물찾기》

《고전 소설 속 역사여행》《조선을 움직인 사건들》등이 있다. 

역사의 대중화에 힘쓰고 있으며 선조들의 투철한 기록정신과 품격 있는 정치와 문화 활동을 연구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인터넷 교보문고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