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2017.06.19. 15:44
480여 종의 야생식물 분포하는 이곳, 생태경관보존지역으로 관리돼
이곳은 멸종위기 야생식물 7종을 비롯해 480여 종의 다양한 희귀식물이 자라고 있는 지역으로 생태자원의 보고다. 지난 1993년 환경부는 이곳 구간을 생태경관보전지역으로 지정했다.
탐방 시작은 두문동재 산불감시초소에서 시작한다. 해발 1276.5m에 위치한 두문동재는 남한 땅에서 가장 높은 고개로 차량 접근이 가능하다.
두문동재에서 시작한 등산로는 대덕산 검룡소까지 완만한 숲길이다.
금대봉으로 오르는 동안 눈으로 찾은 들풀 꽃보다 코로 찾은 나무 꽃이 먼저 반긴다. 다름 아닌 함박꽃나무다. 바람에 흩날려 퍼지는 향기가 그윽하다. 사람 키만한 크기의 나무에 순백의 꽃이 연등처럼 매달려 있다. 사람들이 꽃잎에 코를 박고 향을 맡는다. 얼굴에 ‘함박 미소’가 저절로 피어나 이또한 꽃이 된다. 실질적인 야생화군락지는 금대봉-대덕산 정상까지의 구간이다.
금대봉 정상에서 산불감시초소로 이어지는 야트막한 숲길 오른편에 주홍빛의 큰앵초 꽃대가 잎 사이를 뚫고 올라와 있다. 숲 사이를 비집고 들어온 햇볕이 큰앵초꽃을 더욱 도드라지게 한다. 하얀 솜털을 뿌려 좋은 듯한 눈개승마 꽃이 내리막길을 따라 피어 있다. 또, 꽃대가 우산처럼 올라온 쥐오줌풀 꽃도 보인다. 좁쌀 크기의 꽃 여러 개가 다닥다닥 꽃대에 붙어 있다. 작은 꽃이 모여 큰 꽃 하나를 만들었다. 뿌리에서 쥐 오줌과 같은 고약한 냄새가 난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과 달리 꽃에서는 맑은 향기가 난다. 나비들이 쥐오줌풀 꽃 위에 많이 앉아 있는 이유다. 비좁은 산길을 지나자 하늘이 열리는 짧은 신작로가 나온다.
길 주변에 노오란 미나리아재비 꽃이 바람에 흔들린다. 꽃잎이 마치 참기름을 발라놓은 듯 빛난다. 식물학자들은 꽃잎의 광택에 대해 "꽃가루받이를 위해 곤충의 눈길을 쉽게 받기 위한 하나의 방법이다"고 말한다. 미나리아재비 꽃은 햇볕이 드는 하산 길 내내 만난다.
좁은 등산로 길을 따라 야생화에 눈을 팔다 보니 어느덧 분주령이다. 분주령은 함백산 곰배령과 함께 역시 국내 대표적인 야생화군락지다.
이름이 알려진 풀들만 꽃을 피우는 건 아니다. 이름은 모르지만 살아 있는 모든 식물이 꽃을 피운다.
분주령 능선 길에 만난 고광나무의 인상이 깊다. 들머리에서 만났던 함박꽃나무의 향기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탐방객들의 발길을 붙잡기에는 부족하지 않다. 산행 길에 만난 한 여성은 한 참 동안 꽃에 코를 묻고 떼지 못한다. 능선에서 만나는 바람은 시원하다 못해 서늘하다. 숲길로 들어서면 수 백년 묵은 나무들이 빽빽하다. 원시림에 속에 들어오고나니 왠지 산속 산소를 독점한 듯한 착각에 빠지고 몸 전체가 정화되는 느낌 마져 든다.
보고 느끼고 걷는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는 이곳 구간은 사전예약을 해야 탐방이 가능하다.
보전지역지정으로 입산할 수 있는 탐방객 수도 하루 400명으로 제한하고 있다. 이중 300명은 국립공원관리공단 홈페이지를 통해 사전 예약을 하고, 나머지 100명은 태백시 관내 숙박과 관광지 등의 이용근거가 있으면 당일 입장 할 수 있다. 사진·글=김상선 기자
초여름, 야생화가 지천이다. 봄소식을 알리는 꽃 보다야 대접이 덜하지만 녹음과 어우러진 화려한 자태는 사람들의 시선을 빼앗기에 충분하다. 진달래, 개나리 등 봄에 피는 꽃들이 널리 이름을 알렸지만 요즘 피는 꽃은 이름조차 낯설다. 산행의 즐거움을 더해주는 여름꽃을 만나러 가보자.
강원도 태백시 대덕산·분주령·금대봉을 잊는 구간의 야생화군락지.
수많은 야생화가 피고 지는 이곳은 이미 등산객들에게는 ‘천상의 화원’으로 알려져 있다. 봄부터 가을까지, 언제 찾아가도 계절에 따라 피는 꽃을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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