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 2018.01.22. 14:01
지난해 중국에는 세계 경제 12위권인 러시아 만한 나라가 하나가 생겼다. 경제규모 얘기다. 지난 18일 발표된 중국의 2017년 국내총생산(GDP)은 82조7122억 위안(12조9036억 달러, 이하 1달러=6.41위안 적용)으로 전년대비 8조2995억 위안이 늘어났다. 달러기준으로는 1조2948억 달러로 지난 2016년 러시아의 GDP(1조2807억 달러)와 맞먹는다. 세계1위 미국 GDP(18조5619억 달러)의 3분의 2에 달하는 거대 경제가 고속 성장을 이어간 결과다.
지난해 중국의 경제성장률은 6.9%. 목표치 6.5%는 물론 직전년도 성장률 6.7%도 넘어섰다. 2011년 부터 6년간 이어졌던 성장률 하락 추세도 돌려놨다. 7%에 육박하는 성장률은 10% 안팎에 달했던 고도 성장기에는 못미치지만 여전히 놀랄만한 수치다. 2% 초반인 미국의 3배이고, 3.0% 내외인 우리 경제성장률과 비교해도 2배가 넘는다.
중국 경제의 고속 질주를 떠받치는 동력은 산업 육성과 기업 성장이다. 국가 차원에서 산업을 육성하고 그 토양에서 자란 기업들이 다시 국가의 부를 키운다. 이걸 가능케한 중국 경제의 강점은 일사분란함이다. 중국 공산당을 정점으로 한번 목표를 정하면 민, 관할 것 없이 모든 역량을 끌어모은다.
미래 산업의 핵심이라는 AI(가상현실)를 보자. 지난해 7월 중국 국무원이 '차세대 인공지능 발전 규획'이라는 청사진을 내놓자, 12월까지 불과 5개월 사이에 베이징, 안후이성, 상하이, 저장성, 충칭, 장시성, 구이저우성 등 7개 지방 정부가 잇따라 육성책을 내놨다. 정부 뿐 아니다. 알리바바, 텐센트, 바이두 같은 중국 인터넷 대기업들도 투자를 아까지 않고 있다.
기술력이 떨어지는 분야는 국가 차원에서 시간끌기에 나서기도 한다. 우리에게 사드 보복(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THAAD)으로 인식되고 있는 전기차 배터리 보조금 문제도 기술력이 떨어지는 자국 업체들에게 시간을 벌어주기 위한 용도로 활용되고 있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중국의 인터넷 제한도 사회 통제 측면 외에 자국의 인터넷 산업을 키우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구글, 페이스북 등 글로벌 기업들의 발이 묶인 사이 알리바바, 텐센트, 바이두 같은 세계적인 인터넷 기업들이 탄생했다.
거대한 자국 시장도 중국 기업들에겐 큰 혜택이다. 상대적으로 유리할 수 밖에 없는 자국 시장에서 일정 점유율만 확보한다면 단번에 세계적인 기업으로 올라설 수 있다. 그러다보니 출혈경쟁도 불사하고 달려든다. 외국 기업들에겐 그만큼 어려운 시장이 될 수밖에 없다. 한국의 대표기업인 삼성전자와 현대차 등이 유독 중국 시장에서 고전하고 있는 이유기도 하다.
중국 현지에 진출해 있는 한 대기업의 임원은 이런 중국을 두고 '중화인민공화국주식회사' 같다고 했다. 국가 전체가 하나의 기업처럼 일사분란하게 움직인다는 의미다. 정부의 지원은 고사하고 법인세 인상, 최저임금,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각종 규제 등 쏟아지는 내부 이슈와 싸워야 하는 우리 기업들의 어려움도 토로했다.
국가 마다 성장 단계가 다르다. 우리도 '대한민국 주식회사'처럼 일사분란하게 달렸던 적이 있다. 분배와 복지 등 이제 다른 가치의 중요성이 더 커졌다. 중국과는 사회 시스템도 다르다. 똑같이 할 수는 없다. 문제는 중국의 산업 경쟁력이 우리 턱밑까지 쫓아왔다는 점이다. 휴대폰, 자동차, 디스플레이, 조선, 화학, 철강 등 우리 핵심 먹거리였던 산업들이 대부분 그렇다.
한국 경제는 더 달려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먹힌다. 당장 중화인민공화국주식회사가 일치단결해서 달려들고 있다. 새해 벽두 문재인 정부의 '적폐청산'이 전, 현직 대통령 간의 갈등으로 격화되고 있다. 내부 전투에 도끼 자루 썩는 줄 모를까 걱정이다.
베이징(중국)=진상현 특파원 jisa@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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