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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국내여행] 동해vs서해vs남해, 국내 바다 여행지 3선

바람아님 2019. 7. 1. 08:33

이데일리 2019.06.30. 00:23


바다에 핀 가지각색 바위꽃, 울산 '대왕암공원'
바다로 흘러내리는 계단식 논, 남해 '가천다랭이마을'
인생 석양이 기다리는 섬, 군산 '선유도'
여름이란 계절을 만끽하는 데 바다만?한 곳이 없다. 울산 대왕암공원. (사진=공태영 인턴기자)

폭염과 장마가 활개치는 무더위의 계절 여름. 최고의 피서지는 에어컨 바람이 나오는 실내라는 걸 모두 알고 있지만, 그래도 사람들은 꾸역꾸역 산으로, 또 바다로 떠난다. 특히 바다는 여름이란 계절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는 곳이다. 뜨거운 태양 아래 하얗게 펼쳐진 백사장, 그리고 끝이 보이지 않는 푸른 수평선. 상상만으로도 벌써 그곳에 가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한국은 무려 3면이 바다다. 동서남북 중 동서남 모두 바다가 있으니, 이 중 한 곳을 고르는 건 은근 고민거리다. 어느 바다로 가야 잘 갔다고 소문이 날지 아직 모르는 사람들을 위해, 작년 여름에 직접 가본 바닷가 중에서 괜찮았던 곳을 동해, 서해, 남해에서 한 곳씩, 총 세 곳 뽑아봤다. 아마 이 글을 다 읽을 때쯤엔 피서 계획이 대강 정해져 있지 않을까.

대왕교를 건너면 나오는 대왕암 밑에 문무대왕비가 묻혀 있다는 전설이 있다. 울산 대왕암공원. (사진=공태영 인턴기자)

동해 : 울산 대왕암공원

‘동해 바다’ 하면 속초, 강릉, 동해 정도가 떠오른다. 반면에 ‘울산’하면? 경상도민이 아니라면 울산이 광역시란 사실, 한국지리를 공부했다면 공장이 많다 정도 말고는 아는 게 별로 없을 수 있다. 하지만 사실 울산은 바다가 있는 도시다. 간절곶처럼 전국적으로 유명한 핫플레이스도 있고, 피서를 즐길 수 있는 다양한 해수욕장들은 여름철마다 사람들을 반긴다. 그 울산의 바다에서 빼놓으면 섭섭한 곳이 바로 ‘대왕암공원’이다.


울산 시내에서 시내버스로 1시간 15분, 차로는 25분을 달리면 일산해수욕장이 나오는데 그 한 쪽 끝에 대왕암공원이 있다. 소나무와 꽃들이 우거진 공원 산책로를 쭉 걸어 나가면 시원한 바다 풍경이 펼쳐지는데, 그 한가운데 ‘대왕암’이 보인다.

신라 문무대왕의 왕비가 죽어서도 용이 되어 나라를 지키겠다며 그 아래에 묻혔다는 전설을 가진 대왕암. 푸른 바다 한가운데 서 있는 바위섬이 만들어내는 풍경에 ‘우리나라에 이런 곳이 있었어?’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갖가지 모양을 가진 바위들이 저마다의 개성을 뽐내며 바다 풍경을 더욱 다채롭게 만드는 덕분에 카메라를 내려놓을 틈새가 없다.


대왕암으로 다가가면 육지와 바위섬을 이어주는 대왕교가 나온다. 바다 위에 떠 있는 느낌으로 다리를 건너는데 시원한 바닷바람이 온몸을 감싼다. 다리를 건너 길을 따라 올라가보면 섬의 꼭대기가 나온다. 눈앞으로 펼쳐지는 것은 끝이 보이지 않는 망망대해. 뒤를 돌아다보니 왔던 곳이 또 새로워 보인다. 공원에 가득한 크고 작은 바위들이 햇빛에 상아색으로 빛나는데 아무리 봐도 바닷빛과 잘 어울린다. 다시 한 번 카메라 셔터를 누르게 되는 순간이다.


대왕교를 건너 다시 반대편으로 건너왔다면, 공원의 둘레길도 한번 걸어봄직하다. 대왕암 기준 왼편엔 몽돌해변을 끼고 걸을 수 있는 ‘바닷가길’이, 오른편엔 탕건암, 할미바위, 용굴을 지나 일산해수욕장으로 향하는 ‘전설바위길’이 있다. 처음 공원에 들어올 때 걸었던 숲길도 좋은 산책코스다. 시원한 파도소리를 벗삼아 걷고 나서 바다를 보며 회 한 점 집어먹고, 밤에는 공원 내 캠핑장에서 텐트를 치고 별을 볼 수 있는 곳이 있는 곳. 울산 대왕암공원이다.

108층의 계단에 680여개의 논이 있는 가천다랭이마을. (사진=공태영 인턴기자)

남해 : 남해 가천다랭이마을

이름부터 어딘가 장난스럽고 정겨운 가천다랭이마을은 경상남도 남해군의 끄트머리에 있는 마을이다. 다랭이마을이란 이름의 유래는 마을 도처에 널려 있는 다랭이논(계단식 논)에서 온 것이다. 마을 바로 앞 바다는 수심이 깊고, 마을은 45~70도 사이의 급경사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이런 지형적 조건 속에서 살아가기 위해 발달한 것이 바로 다랭이논이다. 경사진 마을을 따라 계단식으로 쭉 이어진 다랭이논은 정형화되고 구획된 직선 모양 아닌, 자연 본래 모습에 가까운 곡선을 뽐낸다.


푸른 남해바다를 마주한 다랭이마을에선 경험할 수 있는 게 다양하다. 손그물낚시, 소 쟁기질 체험, 모내기, 짚공예 등의 다채로운 체험은 마을 홈페이지에서 미리 신청만 하면 맛볼 수 있다. 숙박을 할 생각이라면 아예 팜스테이를 신청해볼 수도 있다. 여행지에서 사진만 몇 장 찍고 떠나는 것보단 이렇게 마을사람들의 삶과 맞닿아 있는 활동을 해보는 것도 추억을 더 입체적으로 남기는 방법 아닐까.


사실 이곳에선 길을 따라 그저 걷기만 해도 재미있다. 마을 구석구석을 누비는 여러 갈래의 길을 따라 걷다 보면 민가 벽에 그려진 아기자기한 벽화들, 마을 곳곳의 안내판에 쓰인 갖가지 농사 이야기들, 마을의 상징인 다랭이논을 눈에 담느라 시간 가는 줄을 모른다.

다랭이마을의 집마다 이런 벽화가 그려져 있어 골목길을 걷는 재미를 더해준다. (사진=공태영 인턴기자)

마을 경사를 따라 비탈길을 쭉 내려가면 남해바다가 나온다. 쪽빛 바다에선 끝없이 파도가 밀려오고 눈앞의 바다는 무한히 넓다. 비록 마을에 접해 있지만 이곳은 물고기를 잡고 배를 띄우는 곳이 아닌, 있는 그대로의 바다다. 이 마을에서 산은 있는 그대로의 산이고, 바다는 있는 그대로의 바다다. 그래서 더 생명력이 넘친다. 사람이 자신에게 맞게 자연을 개조시키는 게 아니라 그 자연에 자신을 맞춰서 사는 게 이곳의 생활 방식인 듯하다.


다랭이마을에서의 마지막은 저녁 노을로 끝난다. 날이 저물수록 붉어지는 하늘이 바다와 다랭이논들을 붉게 적시면 세상이 모두 진한 분홍빛으로 물든다. 이 분홍빛은 강렬하지 않고 포근하게 모든 것들을 감싸는 느낌을 준다. 그렇게 점점 더 선명해지는 하늘을 바라보며 마무리하는 하루의 끝맛은 순하다.

선유도에서 보는 해넘이는 말로 다 못할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사진=공태영 인턴기자)

서해 : 군산 선유도

동해에 해돋이가 있다면, 서해엔 해넘이가 있다. 그 중에서 군산 선유도는 그냥 석양이 아니라 ‘인생 석양’을 만날 수 있는 곳이다.

선유도는 수십 개의 섬이 바다와 어울리는 경치 덕분에 서해안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피서지 중 하나로 꼽힌다. 섬이란 특성상 예전엔 군산에서 선유도까지 가기 위해선 배를 이용했다고 한다. 지금은 육지와 섬을 이어주는 다리가 생겨서 버스(99번)로도 선유도와 주변 섬들을 편하게 둘러볼 수 있다.


선유도를 즐기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섬에서 대여해주는 전동카트나 전동킥보드, 자전거 등을 이용해서 둘러보는 방법, 또 하나는 직접 두 발로 걷는 방법이 있다. 선유도 자체가 큰 섬은 아니지만 ‘장자도’, ‘대장도’, ‘무녀도’처럼 인접한 섬에도 가볼 곳이 많아서 걸어서 다 둘러보기엔 하루도 빠듯한 게 사실이다. 그럼에도 웬만한 곳은 직접 걸어보는 것을 추천한다.


이곳에서 탁 트인 경치를 보고 싶다면 선유도의 트레이드마크인 ‘망주봉’이나 ‘선유봉’에 올라보자. 선유도는 둘레길과 트레킹 코스가 잘 갖춰져 있어서 20분 정도만 걸으면 금세 봉우리 정상에 오를 수 있다. 산 정상에서 부는 시원한 바람, 그리고 선유도와 바다가 한눈에 들어오는 풍경에 올라오면서 흘렸던 땀이 싹 날아간다. 혹은 선유도 바로 옆 대장도에 있는 ‘대장봉’에 올라 고군산군도의 전경을 조망할 수도 있다.

대장봉에 올라서 내려다본 선유도와 주변 섬들의 모습. (사진=공태영 인턴기자)

사방이 바다로 둘러싸인 선유도에 해수욕장이 없을 수 없다. 그 중 ‘선유도해수욕장’은 곱고 부드러운 모래가 쭉 펼쳐져 있어서 ‘명사십리’로도 불리며 사람들이 가장 많이 찾는 곳이기도 하다. 이곳에선 파도에 발을 담그는 것 외에 아찔한 ‘짚라인’을 체험할 수도 있다. 45미터 높이에서 바다를 가로질러 약 700미터를 하강하는 짚라인은 보는 것만으로도 짜릿해서 등골이 서늘해진다. 선유도해수욕장에서 해안 데크로 10분 거리에 있는 ‘옥돌해수욕장’도 가볼 만하다. 파도가 다듬은 둥글둥글한 자갈들이 깔린 아담한 해변은 인적이 드물어서 파도 부딪히는 소리, 자갈 구르는 소리를 들으며 귀를 정화하기 좋다.


애초에 석양을 보러 온 곳이니 하이라이트는 단연 해질녘이다. 저무는 해를 보기에는 망주봉이 좋다느니, 선유도해수욕장에서 봐야 한다느니, 대장봉에 올라서 보는 게 일품이라니 얘기가 많다. 사실 어디서보든 선유도의 낙조는 명품이다. 하늘 높이 떠 있던 해가 조금씩 바다에 가까이 내려올수록 주변을 뒤덮은 주황빛이 더욱 짙어진다. 바다에 닿을락 말락 하던 해가 바닷속으로 서서히 잠기다가 마침내 자취를 감추면, 부연 선홍빛 하늘만이 남아 해가 있던 흔적을 비춘다.


/스냅타임

공태영 (jimranu5@e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