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2019.12.14. 08:00
태조 이성계(李成桂)가 조선왕조를 창건하기 전 왕이 되기를 기도했던 사찰, 강원도 고산군 설봉리의 석왕사(釋王寺).
무너진 집의 서까래에 깔리는 꿈을 꾸고는 무학대사를 찾아가자 "왕(王)이 될 꿈"이라는 해몽을 듣고 석왕사에 기도처를 세웠다는 야사가 전해진다.
조선왕조실록 태조실록에는 1398년(태조 7년) 석왕사에서 삼성재(三聖齋)라는 의식을 올렸다는 기록도 남아 있다.
석왕사는 이처럼 우리 역사가 살아 꿈틀대던 공간이었다. 그러나 6·25전쟁 때 대웅전을 비롯한 많은 건물이 소실돼 제모습을 찾아볼 수 없었다. 금강산에서 그리 멀지 않은 거리지만 남녘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사찰이 됐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최근 석왕사 대웅전, 심검당, 응진전을 비롯한 건물들을 원상 복구한 뒤 지난 12일 준공식을 열었다고 밝혔다.
북한 민족유산보호지도국은 고려미술창작사 등 전문기관과 연계해 불상, 탱화, 향로, 향합, 초대, 놋바리, 청자꽃병 등 비품과 도구들도 새로 제작했다.
준공식에는 배명식 도 인민위원회 부위원장, 김철 강원도당위원회 부위원장, 도민족유산보호관리소 종업원들 등이 참석했다.
배 부위원장은 준공사에서 "모든 건물과 비품들을 역사주의적 원칙에서 복구하고 원상대로 제작 설치함으로써 선조들의 우수한 건축술과 예술적 재능을 잘 보여줄 수 있게 하였다"고 밝혔다.
이어 "복원된 석왕사를 잘 보존 관리하며 이곳을 찾는 참관자들에게 우리 당의 민족유산 보호정책을 널리 소개 선전하여야 한다. 우리 민족의 자랑스러운 역사와 전통을 꿋꿋이 이어나가며 부강조국 건설에 헌신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북한은 1990년대부터 석왕사 복원에 공을 들였다.
북한 입장을 대변하는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 기관지 조선신보는 2015년 4월 기사에서 "조국해방전쟁 시기인 1951년 6월 미군의 폭격으로 불이문과 조계문, 설성동루를 제외한 모든 건물이 파괴되었다"며 "김정일 장군님께서 1998년 5월 석왕사를 돌아보시면서 건물들을 원상대로 복구할 데 대한 과업을 제시하시었다"고 보도한 바 있다.
북한 내각 기관지 민주조선은 1999년 6월 경관이 아름다운 석왕사 지구를 휴양지로 조성하고 있다고도 보도했다.
이번 준공식은 북한이 20년 가까이 진행해온 석왕사 복원의 마침표를 찍는 작업인 셈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 집권 이래 북한은 지속해서 문화재 관리의 박차를 가하고 있다. 문화재 관리가 가능할 만큼 '정상 국가'라는 점을 부각하면서 이를 관광 아이템으로 활용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서울=연합뉴스) 박수윤 기자 cla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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