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이 진정한 정의입니다. 대령님. 아니면 새로운 공포의 창조자일 수도 있지. 기억은 정의와 비슷할 뿐이야. 보녹스. 사람들에게 자신이 옳다는 확신을 심어주는 또 하나의 잘못된 생각이니까. 리처드 플래너건 『먼 북으로 가는 좁은 길』 |
옛 친구를 만났는데, 같은 사건을 전혀 다르게 기억하고 있다. 나에 대한 기억도, 그와 내가 다르다. 100%의 기억이란 없다. 나는 내게 유리한 방향으로 기억을 왜곡한다. 기억하고 싶은 것만 기억한다. 사회적 기억이라 할 역사도 마찬가지다. 어떤 입장에서 누가 어떤 것을 기억하고 기록하느냐에 따라 내용이 달라진다. 집단기억인 역사가 권력투쟁의 장이 되는 이유다. 때로 권력은, 정치적 목적을 위해 역사를 자의적으로 소환하기도 한다. 정권을 바꿔가며 우리가 목도하는 현실이다.
오스트레일리아 작가 리처드 플래너건에게 2014년 맨부커상을 안겨준 소설이다. 2차 대전 중 일본군의 태국-미얀마 간 철도건설 현장에서 살아남은 전쟁포로 출신 외과 의사가 주인공이다. 군더더기 없는 서사와 매혹적인 글쓰기로 전쟁소설이라면 고루할 듯한 고정관념을 훌쩍 깬다. 당시 맨부커상 심사위원들도 “사랑도 잃고 전우도 잃은 전장에서 삶을 짓누르는 경험을 떠안고 살아야만 하는 자의 트라우마를 담아낸, 그야말로 최고의 소설” “세계문학의 카논으로 자리매김될 것”이라고 호평했다. 집필에만 12년이 걸렸다.
양성희 논설위원
[추가게시]
먼 북으로 가는 좁은 길
리처드 플래너건 장편소설
저자 리처드 플래너건 |
역자 김승욱
출판 문학동네 | 2018.1.5.
판매가 서적 13,950원
책소개
오스트레일리아 현대문학사에서 가장 빛나는 상상력의 소유자로 거론되는 리처드 플래너건이 12년간 심혈을 기울여 완성해낸 걸작 『먼 북으로 가는 좁은 길』. 오스트레일리아판 《전쟁과 평화》라는 평을 받으며 2014년 맨부커상을 수상한 이 작품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군의 태국-미얀마 간 철도건설 현장에서 살아남은 전쟁 포로이자 현재 화려한 전쟁영웅으로 부활한 외과의사 도리고 에번스의 기억과 현실을 중심으로 사랑과 죽음, 전쟁과 진실, 상실과 발견의 세계를 그리고 있다.
도리고 에번스가 젊은 날 전쟁터로 출정 전 우연히 만난 자신의 젊은 숙모와 나눈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에 대한 기억과 태국-미얀마 간 ‘죽음의 철도’ 건설 현장의 일본군 전쟁포로로서 겪는 잔혹하고 비참한 현실을 배경으로 끊임없이 자신의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괴로워하는 삶의 어둡고도 치열한 두 여정을 보여준다. 온갖 모험과 고초 이후 살아남은 생존자의 방황하는 기억의 여정을 통해 전쟁과 사랑이 지닌 파멸과 공포의 두 얼굴과 폐허가 된 전장과 일상을 선명하게 보여준다.
실제로 일본군 전쟁포로로서 버마 철도 건설현장에서 살아남은 생존자였던 아버지의 고통스러운 체험을 듣고 자란 저자는 아버지의 경험담, 역사 기록, 버마 철도와 일본군 경비병 생존자들과의 만남과 취재를 통해 역사의 수레바퀴에서 신음하는 다양한 인간의 삶을 생생하고 압축적으로 그려 보인다. 저자는 이를 통해 인간이란 무엇이고 가족과 나라에 대한 애정은 무엇인지, 사랑이라고 부르는 그 정체란 도대체 어떤 현실인지 끊임없이 되묻는다.
출처 : 인터넷 교보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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