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2020.01.26. 06:07
외마디 모음소리 합성 성공..주인공은 사제
과학자들이 3천년 전 이집트 미라의 생전 목소리를 재현했다. 현대 과학기술에 행운이 따라준 결과였다.
영국 로열홀로웨이런던대, 요크대 등의 연구진은 미라의 성대를 CT(컴퓨터단층촬영)로 스캐닝한 뒤 3D 프린팅 기술로 플라스틱 인공 성대를 만들어 그의 생전 목소리를 살려내는 데 성공했다.
연구진이 목소리 재현에 사용한 미라의 주인공은 리즈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네시아문'이라는 이름의 고대 이집트 사제다. 네시아문은 람세스 11세가 통치하던 기원전 11세기의 인물로, 테베의 카르나크신전(현대의 룩소르)에서 서기관이자 사제로 일했다. 당시 종교 의식에서 사제의 음성은 아주 중요한 역할을 했다. 사망 당시 그의 나이는 50대로 추정된다.
요크대의 존 스코필드 교수는 와의 인터뷰에서 "그의 관에 적힌 문구를 보면 네시아문은 내세(사후세계)에까지 자신의 목소리가 울려퍼졌으면 하는 강력한 바람을 갖고 있었다"며 "어떤 면에선 우리가 그의 소원을 들어준 셈"이라고 말했다.
사람의 음성은 성대의 후두에서 만들어진 뒤, 성도(성대에서 콧구멍에 이르는 통로)를 거쳐 밖으로 나온다. 연구진은 현대의 음성합성 기술을 이용해 인공 후두에서 만든 소리를 성도로 통과시켜 외마디 음성을 만들어냈다. 이 소리는 영어 베드(bed)와 배드(bad) 사이의 모음 소리다(음성 주소는 https://static-content.springer.com/esm/art%3A10.1038%2Fs41598-019-56316-y/MediaObjects/41598_2019_56316_MOESM2_ESM.wav).
이 작업이 성공하려면 성대가 손상되지 않은 상태여야 한다. 운좋게도 네시아문은 보존 상태가 좋아서 이것이 가능했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다만 미라에 혀 조직은 남아 있지 않아 네시아문의 실제 목소리와 완전히 같지는 않을 것이라고 연구진은 밝혔다.
인공 수단으로 죽은 사람의 목소리를 재현한 것은 처음 있는 일로 평가된다. 연구진은 앞으로 컴퓨터 모델을 이용해 네시아문의 생전 목소리를 완전한 문구와 문장 형태로도 재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과학저널 <네이처> 자매지인 <사이언티픽 리포트> 1월23일치에 실렸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곽노필의 미래창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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