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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경철의 히스토리아 [169] 아마존과 헤라클레스

바람아님 2014. 2. 2. 21:16

(출처-조선일보 2012.06.27 주경철 서울대 교수·서양근대사)


주경철 서울대 교수·서양근대사
주경철 
서울대 교수·서양근대사
어느 날 헤라클레스는 헤라 여신의 저주로 광폭한 상태에서 아내와 세 아들을 죽이고 말았다. 무슨 일을 저질렀는지 깨닫고는 실의에 빠져 자결하려고 했을 때, 사촌인 테세우스가 그를 위로하며, 미케네의 왕 에우리스테우스를 찾아가 보라고 조언했다. 이 왕은 죄를 씻는 기회를 준다는 명목으로 12가지 일을 시켰으니, 이것이 유명한 헤라클레스의 12 과업 이야기다.

그 가운데 아홉 번째 과업은 강력한 여전사 집단인 아마존의 여왕 히폴리테(
Hippolyte)의 혁대를 빼앗아 오라는 것이었다. 
널리 알려져 있는 판본에 따르면 
헤라클레스가 한 무리를 데리고 아마존에 가서 전투를 벌여 여왕을 죽이고 혁대를 빼앗아 오는 것으로 되어 있다. 
여성들이 무기를 휘두르며 남성들에 대한 복종을 거부하는 이 나라는 억압당해온 여성들의 복수를 상징한다. 
남성들은 공상의 세계라 할지라도 그런 도발적인 생각을 허용하기 싫었던지, 
아마존 신화는 대개 남자 영웅들에게 진압당하는 것으로 끝나곤 한다. 
중세 전설에서는 아마존 여자들이 아예 사탄의 무리로 변모하기도 한다. 
알렉산드로스 대왕이 동방 원정 중에 여러 '부정한' 종족을 한 곳에 가두고 청동문으로 막아서 못 나오게 했다는 
전설이 있는데, 아마존도 그 사악한 집단 중에 끼어 있다.

그렇지만 신화와 전설은 늘 다양한 판본이 있어서, 훨씬 사랑스럽게 진행되는 아마존 이야기도 있다. 
헤라클레스는 테세우스와 함께 이 나라에 갔다. 
헤라클레스는 싸움부터 하려고 하지만, 힘과 지성을 겸비한 테세우스는 여왕의 동생인 안티오페를 구슬려서 협상을 벌였다.
테세우스와 사랑에 빠진 안티오페는 헤라클레스가 아마존 여인 50명을 성적으로 만족시키는 동안 밀회를 즐기고, 
그 후에 여왕의 혁대를 주기로 했다. 
헤라클레스가 그 일을 마치려면 적어도 두세 달은 걸릴 것으로 예상했기 때문이다. 
과연 그럴까…. 안티오페와 테세우스가 하룻밤을 즐겁게 보내고 새벽이 되었을 때, 헤라클레스가 문을 두드리며 말했다. 
"다했어!" 이미 강력한 여전사 50명은 헤라클레스의 사랑 파워에 질려 더 이상 움직이지도 못하는 상태였다. 
그리고 헤라클레스의 피를 물려받은 딸 수십 명이 더해진 이 나라는 그 어느 때보다도 강력해졌다.

힘과 지성, 거기에 사랑이 더해지면 험한 세상에서도 조금은 더 행복한 결과를 얻는다.



[헤라클레스의 삶과 12가지 임무] 바로가기


혁대를 내주는 여왕 히폴리테(Hippolyte)

An Amazon Queen. Herakles has to obtain her girdle as one of his Labours. 

In early scenes she is simply one of many Amazons he fights and kills, 

but later she is shown handing over the girdle to h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