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석사 학위를 한 미국 펜실베이니아주립대('펜스테이트')가 요즘 미성년 성추행 사건을 조직적으로 은폐하려다 발각되어 벌집 쑤신 듯 시끄럽다. 대학 이사회가 총장과 함께 전설적인 미식축구팀 감독 조 퍼터노(Joe Paterno)를 해임했고, 펜실베이니아주 연방상원의원들은 퍼터노 감독에 대한 '자유의 메달' 추천을 철회했다. 올해 85세인 퍼터노는 무려 46년간 펜스테이트의 감독을 역임하며 통산 409승의 대기록을 수립한 명장 중의 명장이다. 그런 그가 하루아침에 추락하다니.
1979년 펜스테이트에 처음 도착했을 때 나는 토요일마다 온 도시가 미식축구의 열기에 그야말로 흥분의 도가니로 변하는 걸 이해할 수 없었다. 잔디밭에 헬멧을 뒤집어쓴 장정들이 모여 서서 구수회의를 하다가 우당탕 한차례 뒤엉켰다 떨어져 다시 구수회의를 하는 경기가 도대체 무슨 재미인지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석 달도 되지 않아 나는 미국 친구들 숲에 끼어 목이 터져라 펜스테이트를 응원하는 광팬이 되고 말았다.
그러던 어느 날 일반생물학 중간고사의 시험감독을 하고 있는데 축구선수 두 명이 나란히 앉아 시험을 보고 있는 게 아닌가. 내일이면 조지아대에서 경기를 해야 하는데 왜 아직도 여기 있느냐 물었더니 감독님이 시험을 빼먹는 선수는 경기를 뛸 수 없다고 하셨단다. 퍼터노는 그런 감독이었다. 승률에 목매지 않고 학업의 중요성을 강조한 보기 드문 덕장이었다. 그런 그가 불명예 퇴진을 당하다니.
사회를 이루고 사는 동물들에게는 사회적 평판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돌고래 수컷들은 두세 마리가 편대를 이뤄 암컷을 따라다닌다. 앞뒤 좌우로 몰린 암컷이 드디어 몸을 허락하면 그들 중 한 마리가 짝짓기를 하고 다른 수컷들은 다음 기회를 기다린다. 그런데 가끔 자기 차례만 찾아먹고 다른 편대로 이적해버리는 얌체 수컷들이 있다. 하지만 약삭빠르게 이득만 취한다는 소행이 알려지면 그는 한순간에 사회적으로 매장되고 만다. 실제로 퍼터노 감독은 자신의 심복이었던 수비코치가 저지른 일임에도 불구하고 그 사실을 냉정하게 학교 당국에 알린 사람이다. 적극적으로 문제 해결에 나서지 않았을 뿐이다. 평생 잘하다가도 한 번만 잘못하면 가차없이 추락한다. 사회적 평판이란 이처럼 덧없고 무서운 것이다.
1979년 펜스테이트에 처음 도착했을 때 나는 토요일마다 온 도시가 미식축구의 열기에 그야말로 흥분의 도가니로 변하는 걸 이해할 수 없었다. 잔디밭에 헬멧을 뒤집어쓴 장정들이 모여 서서 구수회의를 하다가 우당탕 한차례 뒤엉켰다 떨어져 다시 구수회의를 하는 경기가 도대체 무슨 재미인지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석 달도 되지 않아 나는 미국 친구들 숲에 끼어 목이 터져라 펜스테이트를 응원하는 광팬이 되고 말았다.
그러던 어느 날 일반생물학 중간고사의 시험감독을 하고 있는데 축구선수 두 명이 나란히 앉아 시험을 보고 있는 게 아닌가. 내일이면 조지아대에서 경기를 해야 하는데 왜 아직도 여기 있느냐 물었더니 감독님이 시험을 빼먹는 선수는 경기를 뛸 수 없다고 하셨단다. 퍼터노는 그런 감독이었다. 승률에 목매지 않고 학업의 중요성을 강조한 보기 드문 덕장이었다. 그런 그가 불명예 퇴진을 당하다니.
사회를 이루고 사는 동물들에게는 사회적 평판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돌고래 수컷들은 두세 마리가 편대를 이뤄 암컷을 따라다닌다. 앞뒤 좌우로 몰린 암컷이 드디어 몸을 허락하면 그들 중 한 마리가 짝짓기를 하고 다른 수컷들은 다음 기회를 기다린다. 그런데 가끔 자기 차례만 찾아먹고 다른 편대로 이적해버리는 얌체 수컷들이 있다. 하지만 약삭빠르게 이득만 취한다는 소행이 알려지면 그는 한순간에 사회적으로 매장되고 만다. 실제로 퍼터노 감독은 자신의 심복이었던 수비코치가 저지른 일임에도 불구하고 그 사실을 냉정하게 학교 당국에 알린 사람이다. 적극적으로 문제 해결에 나서지 않았을 뿐이다. 평생 잘하다가도 한 번만 잘못하면 가차없이 추락한다. 사회적 평판이란 이처럼 덧없고 무서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