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천 국립생태원장·이화여대 석좌교수 사진](http://image.chosun.com/sitedata/image/201402/03/2014020303221_0.jpg)
예로부터 인간은 늘 우리가 다른 동물과 어떻게 다른가를 얘기하느라 바쁘다. 그래서 때론 "인간은 이런데 동물은 이렇다"는 식으로 얘기한다. 마치 인간은 동물이 아니라는 것처럼. 그렇다고 우리가 식물이나 무생물도 아니건만. 인간도 엄연한 동물이다. 척삭동물문, 포유강, 영장목, 사람과에 속하는 동물이다. 게다가 우리와 가장 가까운 침팬지와는 유전자를 98.6%나 공유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생각한다, 그러므로 존재한다'는 명제를 남긴 근대 철학의 아버지 데카르트는 세상이 정신과 물질의 두 실체로 이뤄져 있다고 보았다. 그에 따르면 인간만이 정신과 물질이 한데 어우러진 존재이고 다른 모든 생물은 오로지 물질로만 구성돼 있다. 철학과 수학보다 어떤 면으로는 해부학과 생리학에 더 심취해 있던 그는 당시 인간의 뇌에서만 발견된 송과체(松果體·pineal gland)를 '영혼의 자리(seat of the soul)'로 규정했다. 그러므로 오로지 인간만이 영혼을 지닌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머지않아 송과체는 다른 여러 동물의 뇌에서도 발견됐다. 하지만 데카르트는 이에 대해 일언반구 언급 없이 세상을 떠났다. 이 세상 모든 생명이 DNA의 역사로 이어져 있는 마당에 인간만 유일하다는 주장은 결코 쉽게 할 게 아니다. 이번에 발견했다는 그 '유일한'부위도 언제 어느 다른 영장류에서 불쑥 튀어나올지 아무도 장담하지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