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 2024. 11. 5. 00:05
반세기 동안 전 세계 반도체 산업을 지배했던 인텔이 결국 공식적으로 반도체 대표주 자리에서 물러났다. 미국 대표 주가 지수인 다우지수에서 탈락하고, 그 자리를 엔비디아에 내준 것이다. 인텔과 함께 30년 가까이 세계 반도체 시장을 주름잡았던 삼성전자도 위기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두 회사가 경쟁력을 잃게 된 원인에 대해 기술보다 비용 절감에 치중했던 경영 전략, 수십 년간 1위 자리를 유지하며 나태해진 조직 문화 등 여러 공통점을 뽑는다. 다양한 원인이 지목되지만 가장 핵심은 최근 2년 새 급격히 변한 AI 시대에 적응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두 회사는 이런 시대를 예측하지 못했던 걸까. 적어도 삼성은 20년 전 지금의 상황을 예측했던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가 세계 1위 반도체 기업으로 입지를 공고히하기 시작한 23년 전 삼성그룹의 싱크탱크였던 삼성경제연구소는 ‘반도체산업’이란 보고서를 작성했다. 이 보고서에서는 “이제는 한순간의 방심과 전략 착오에 의해 생존이 엇갈리는 시대가 도래한다”고 강조했다. 마치 방심과 전략 착오로 AI 경쟁에서 밀려난 인텔과 삼성전자를 예측한 듯한 문장이다.
23년 전 보고서에서는 반도체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필요한 것도 언급했다. 보고서에서는 “그동안 반도체산업 핵심 경쟁력은 선행 기술력을 기반으로 하는 대규모 생산 능력이었다면 앞으로는 점차 고객이 원하는 것을 신속히 공급할 수 있는 능력으로 바뀔 것”이라며 “설계 기술력, 시스템 응용력, 소프트웨어 개발력이 더 강조될 것”이라고 했다. AI 가속기 핵심 칩인 고대역폭메모리(HBM)의 등장을 암시하는 듯하다.
지금이라도 기술 중심 경영으로 되돌아가 전열을 다듬지 않으면 AI 리더 기업들과의 격차는 더 벌어지는 것은 둘째 치고 무섭게 치고 올라오는 중국에게도 추월당할 수 있다. 23년 전 보고서가 언급한 것처럼 이제는 생존의 문제다.
https://v.daum.net/v/20241105000515010
[기자의 시각] 23년 전 삼성 보고서의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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