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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영옥의 말과 글] [393] ‘열심히’의 배신

바람아님 2025. 2. 15. 02:24

조선일보  2025. 2. 15. 00:11

오랫동안 하루를 30분 단위로 나눠 썼다. 연재, 강연, 방송 등 많은 일을 한꺼번에 해내야 했다. 30분 안에 메일 쓰고, 밥 먹고 하는 식이었다. 오래 앉아 쓰는 직업상 생긴 좌골 신경통 탓에 원고도 서서 쓰고, 미팅도 공원을 걸으며 했다.... 하지만 그날이 왔다.

그날은 예외 없이 찾아온다. 직업에는 반감기가 있기 때문이다. 운동선수, 과학자, 작가, 의사 등 고숙련 직종의 반감기는 30대 후반에서 50대 초반 사이에 시작된다고 한다. 그것이 50세에 ‘종의 기원’을 쓴 다윈이 죽기 전 20년 넘게 우울했던 이유다....정체성을 성취에만 맞추면 그날은 더 파괴적으로 찾아온다.

‘열심히’에 대한 새 기준이 필요하다. 오래 일하는 것과 일 잘하는 것, 일중독을 혼동하지 말아야 한다. 쉬고 자는 것을 낭비가 아닌 돌봄과 회복 관점으로 봐야 한다....이때 필요한 건...‘이래도 괜찮아’라는 자기 수용이다. 받아들임은 약해졌을 때라야 보이는 겸손의 지혜다. 훌륭한 노년을 보낸 사람들의 삶이 유독 종교적으로 보이는 이유다.


https://v.daum.net/v/20250215001134058
[백영옥의 말과 글] [393] ‘열심히’의 배신

 

[백영옥의 말과 글] [393] ‘열심히’의 배신

오랫동안 하루를 30분 단위로 나눠 썼다. 연재, 강연, 방송 등 많은 일을 한꺼번에 해내야 했다. 30분 안에 메일 쓰고, 밥 먹고 하는 식이었다. 오래 앉아 쓰는 직업상 생긴 좌골 신경통 탓에 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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