生活文化/感動·共感

얼굴없는 ‘키다리 아저씨’ 남몰래 하늘나라로

바람아님 2014. 9. 1. 11:29

대구 수성구에 11년간 쌀 기부… 올봄 96세 별세 뒤늦게 밝혀져

 

“올해도 찾아와서 어려운 이웃을 위해 쌀을 기부할 줄 알았는데….”

해마다 추석을 앞두고 대구 수성구청을 찾아 불우 이웃을 위해 많은 쌀을 기부했던 ‘대구 키다리 아저씨’의 선행을 올해부터는 볼 수 없게 됐다. 그가 올봄 노환으로 별세한 사실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그는 이름과 주소 등 신분을 알리지 않고 기부를 해서 명작동화에 나오는 ‘키다리 아저씨’로 널리 불려왔다. 이 이저씨의 올해 나이는 96세다.

29일 대구 수성구에 따르면 이 아저씨는 지난 2003년부터 지난해까지 11년 동안 한가위를 앞두고 남몰래 이웃사랑을 실천했다. 박 씨로만 알려진 그는 그동안 “저소득 주민·보훈가족, 이북 5도민 등 형편이 어려운 이웃들이 넉넉한 추석을 보냈으면 좋겠다”는 말만 남긴 채 쌀을 기부하고 홀연히 발길을 돌렸다. 2003년 쌀 500포(20㎏)를 시작으로 매년 10㎏짜리 2000포(4300만 원 상당)를 트럭에 싣고 수성구청을 찾았다. 지난해까지 그가 기부한 쌀은 10㎏들이로 2만여 포가 넘는다. 4억 원을 훨씬 웃도는 금액이다.

평안남도가 고향인 그는 6·25전쟁 때 부산에 잠시 머물다 대구로 올라왔다. 10여 년 전 아내를 먼저 떠나보내면서 “어려운 이웃을 도우면서 여생을 보내겠다”고 다짐한 뒤 추석 밑에 매년 쌀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고 수성구측은 밝혔다.

수성구 관계자는 “그분이 봄에 돌아가셨다는 것을 최근에 안 것밖에 없다”며 “그는 숨을 거둘 당시에도 ‘아름다운 생을 살다가 돌아가셨다’는 등 사회에 자신이 회자되지 않도록 해달라는 유언을 가족들에게 남긴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