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조선일보 2014.10.07 최재천 국립생태원장·이화여대 석좌교수)
지금 강원도 평창에서는 제12차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 총회가 열리고 있다.
세계 194국 대표단이 모여 지구의 생물 다양성을 어떻게 보전할지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역대 최대였던 소치 동계올림픽에 88개국이 참가했던 걸 감안하면
4년 후 이곳에서 열릴 평창 동계올림픽에 참가할 것으로 기대되는 나라보다 갑절이나 많은 나라가
모인 셈이다. UN이 추진하고 있는 '생물 다양성 2011~2020 전략 계획'에 필수적인
'아이치 목표(Aichi target)' 달성을 위한 '평창 로드맵' 수립과 향후 2년간 의장국으로서 우리 정부가
주도할 '과학기술 협력 이니셔티브(Bio-Bridge Initiative)'에 관한 의견 수렴이 가장 중요한 의제이다.
총회와 더불어 수백 가지 다양한 부대 행사가 진행되고 있는 만큼 아름다운 이 가을 평창으로 나들이
한번 하시기 바란다.
이 행사를 준비하며 가장 자주 들은 얘기는 생물 다양성이란 용어가 생소하고 어렵다는 것이다.
이 행사를 준비하며 가장 자주 들은 얘기는 생물 다양성이란 용어가 생소하고 어렵다는 것이다.
일상에서 늘 쓰는 게 아니라 다소 생소하며 단순히 숫자로만 나타내기 어려운 개념이다.
두 연못 생태계를 비교해보자.
연못 1에는 물고기가 10종 사는데 큰입배스가 전체 개체 수의 90%를 차지하고 나머지 9종은 겨우 몇 마리씩만 존재한다.
연못 2에는 물고기 5종이 살지만 모두 고르게 20%씩 분포한다. 그렇다면 연못 1에 분명히 더 많은 물고기 종류가 사는 건
사실이지만 그 어류 생태계가 과연 더 다양한지 즉 지속 가능한지는 따져봐야 한다.
다양성 지수(diversity index)를 계산하려면
다양성 지수(diversity index)를 계산하려면
얼마나 많은 종류가 존재하는지(풍부도·richness)와
그들이 얼마나 고르게 분포하는지(균등도·evenness)를 함께 측정해야 한다.
서식지가 통째로 파괴되면 그곳에 살던 생물이 한꺼번에 사라져 풍부도가 격감하여 경종이 울리지만
시간을 두고 퇴화하는 생태계는 균등도가 손상되더라도 풍부도는 그대로 유지되는 듯 보여 자칫 안심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많은 생태계가 지금 이런 상태에 있다.
겉으로는 멀쩡해 보일지 모르나 속은 썩어 문드러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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