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學,藝術/아트칼럼 1373

코르셋에 갇힌 황후[이은화의 미술시간]〈275〉

동아일보 2023. 7. 12. 23:45 우아한 흰색 드레스를 입은 여인이 상체를 틀어 화면 밖 관객을 바라보고 서 있다. 정성스럽게 땋은 긴 머리와 새틴 드레스는 화려한 은박 별들로 장식돼 있다. 프란츠 크사버 빈터할터가 그린 이 유명한 초상화 속 주인공은 ‘오스트리아의 황후 엘리자베트’(부분·1865년·사진)다. ‘시시’라는 애칭으로 더 유명한 그는 유럽 왕실 역사에서 가장 아름다운 왕비로 손꼽힌다. 빈터할터는 독일 시골 농부의 아들로 태어났지만 뛰어난 재능 덕에 장학금을 받아 뮌헨 예술아카데미에서 수학했다....이 그림은 그의 경력이 최고조에 달했던 60세 때 그린 것으로, 오스트리아 황제 프란츠 요제프 1세가 의뢰한 것이다. 28세의 아름다운 황후는 그 시대 패션의 진수를 보여주는 화려한 의상을..

렘브란트의 ‘야경’에서 배우는 미술복원 이야기 [송주영의 맛있게 그림보기]

한국일보 2023. 7. 11. 04:30 400년 만에 발견된 그림 속 화학성분 ‘포름산납’ 편집자주 아무리 유명한 예술작품도 나에게 의미가 없다면 텅 빈 감상에 그칩니다. 한 장의 그림이 한 사람의 삶을 바꿀 수도 있습니다. 맛있게 그림보기는 삶의 의미를 찾아가는 그림 이야기입니다. 미술교육자 송주영이 안내합니다. 지난 1월 해외언론 문화 뉴스를 장식했던 짤막한 보도가 있었다. 17세기 네덜란드 거장 렘브란트의 ‘야경’(Night Watch) 복원 과정 중에 새로운 화학 물질이 발견됐다는 소식이다. 이번 이야기는 이 소식에 대한 나의 궁금증에서 시작한다. 미술사의 아픈 손가락, 렘브란트의 ‘야경’ ‘빛의 화가, 자화상의 대가’로 통하는 렘브란트는 서양미술사의 대표 ‘셀럽’(유명인사)이다. 그가 남긴 ..

“관음男-노출女가 만났네요” 조롱…둘은 ‘환상의 짝꿍’이었다[이원율의 후암동 미술관-살바도르 달리 편]

헤럴드경제 2023. 7. 8. 00:49수정 2023. 7. 8. 01:13 위대한 쇼맨 초현실주의 창가에 서 있는 소녀 기억의 지속 양 갈비를 어깨에 걸치고 있는 갈라 편집자주 페르메이르의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를 본 뒤 관련 책과 영화를 모두 찾아봤습니다. 잘 그린 건 알겠는데 이 그림이 왜 유명한지 궁금했습니다. 그림 한 장에 얽힌 이야기가 그렇게 많은지 몰랐습니다. 즐거웠습니다. 세상을 보는 눈이 조금은 달라졌다는 느낌도 받았습니다. 이 경험을 나누고자 글을 씁니다. 미술사에서 가장 논란이 된 작품, 그래서 가장 혁신적인 작품, 결국에는 가장 유명해진 작품들을 함께 살펴봅니다. 기사는 역사적 사실 기반에 일부 상상력을 더한 스토리텔링 방식으로 쓰여졌습니다. 달리는 1904년, 스페인 피게레스..

괴테, 그랜드 투어를 떠나다 [으른들의 미술사]

서울신문 2023. 7. 6. 07:01 [편집자 주] 7~8월 휴가철을 맞이해 ‘으른들의 미술사’는 휴가와 관련된 작품을 살펴본다. 휴양지는 일상 생활과 다른 감각으로 인지되는 공간이다. 사람들은 휴양지에서 설레는 마음으로 휴가를 즐겼으며 미래를 위해 충전하는 공간으로 여겼다. 휴양지는 낭만적으로 기억될 때도 있고 지옥처럼 기억될 때도 있다. 서양 미술 작품을 통해 휴양지에 대한 옛 감성을 알아보자. 이 옷차림은 여행자들이 옷에 먼지가 묻지 않게 입은 외투였다. 이 옷은 뒤쪽 엉덩이 부분부터 밑단까지 터져 있어 말을 타기 쉽게 고안된 외투였다. 이 옷차림으로 볼 때 그는 말을 탄 긴 여행 끝에 잠시 쉬고 있는 중이다. 이 사내의 이름은 요한 볼프강 폰 괴테(Johann Wolvgang von Goeth..

[우정아의 아트 스토리] [486] 미국 독립선언문 집필

조선일보 2023. 7. 4. 03:02 7월 4일은 미국 독립기념일이다. 미국 최대 경축일로, 축제의 절정은 불꽃놀이다. 독립이라는 게 하룻밤에 이뤄져서 어제까지 영국 식민지였다가 오늘 미합중국이 됐을 리는 없다. 1776년 7월 4일은 독립선언문이 의회 승인을 받은 날. 말하자면 전쟁에서 얻은 승리나 조약 체결이 아니라 독립과 개국의 대의명분과 정당성을 기리는 날이다. 미국 화가 장 레옹 제롬 페리스(Jean Leon Gerome Ferris·1863~1930)는 방대한 미국 역사화를 78점 남겼는데 그중 ‘독립선언문 집필’이 특히 많은 사랑을 받았다..... 아들 페리스가 화가로 성장해 프랑스에서 실제로 제롬을 만났을 때 얻은 가르침은 ‘가장 친숙한 걸 그릴 것.’ 그 뒤로 그는 미국 역사화에 매진..

“11살 연하女와 비밀연애, 자식도 낳았다고?”…10년 숨겼다 ‘들통’[이원율의 후암동 미술관-폴 세잔 편]

헤럴드경제2023. 7. 1. 00:12 수정 2023. 7. 1. 09:02 현대미술 창시자 사과와 오렌지 생 빅투아르산 대수욕도 편집자주 페르메이르의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를 본 뒤 관련 책과 영화를 모두 찾아봤습니다. 잘 그린 건 알겠는데 이 그림이 왜 유명한지 궁금했습니다. 그림 한 장에 얽힌 이야기가 그렇게 많은지 몰랐습니다. 즐거웠습니다. 세상을 보는 눈이 조금은 달라졌다는 느낌도 받았습니다. 이 경험을 나누고자 글을 씁니다. 미술사에서 가장 논란이 된 작품, 그래서 가장 혁신적인 작품, 결국에는 가장 유명해진 작품들을 함께 살펴봅니다. 기사는 역사적 사실 기반에 일부 상상력을 더한 스토리텔링 방식으로 쓰여졌습니다. 세잔은 한때 영혼의 단짝이던 졸라와 다시는 만나려고 하지 않았다. 인간 혐..

[이미혜의 발길따라 그림따라] 사랑의 기쁨과 슬픔/미술평론가

서울신문 2023. 6. 28. 05:04 소나무가 늘어선 바닷가에 한 젊은 여인이 뒷짐을 지고 서서 정면을 바라본다. 바다는 호수처럼 고요하고 달빛이 길게 드리워져 있다. 노르웨이의 여름은 밤이 돼도 환하다. 하늘은 완전히 어두워지지 않고 뿌예질 뿐. 이윽고 먼동이 튼다. 에드바르 뭉크는 평온하면서도 불안한 백야의 분위기를 포착하려고 오후 9시에서 11시 사이에 바닷가에 나가 작업을 했다. ‘목소리’는 여섯 점으로 이루어진 연작 ‘사랑의 씨앗’의 첫 번째 작품이다. 뭉크는 1902년 베를린 전시회를 준비하면서 ‘생의 프리즈’라는 대주제 아래 작품을 ‘사랑의 씨앗’, ‘사랑의 개화와 소멸’, ‘불안’, ‘죽음’이라는 네 개의 소주제로 묶어 맥락을 부여했다. ‘마돈나’, ‘절규’ 같은 걸작이 이 시리즈에 ..

“벌거벗은 女로 우릴 조롱” 욕이란 욕 다 먹었다[이원율의 후암동 미술관-에두아르 마네 편]

헤럴드경제 2023. 6. 24. 00:46 최초의 모더니스트 풀밭 위의 점심 식사 올랭피아 폴리 베르제르의 술집 편집자주 페르메이르의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를 본 뒤 관련 책과 영화를 모두 찾아봤습니다. 잘 그린 건 알겠는데 이 그림이 왜 유명한지 궁금했습니다. 그림 한 장에 얽힌 이야기가 그렇게 많은지 몰랐습니다. 즐거웠습니다. 세상을 보는 눈이 조금은 달라졌다는 느낌도 받았습니다. 이 경험을 나누고자 글을 씁니다. 미술사에서 가장 논란이 된 작품, 그래서 가장 혁신적인 작품, 결국에는 가장 유명해진 작품들을 함께 살펴봅니다. 기사는 역사적 사실 기반에 일부 상상력을 더한 스토리텔링 방식으로 쓰여졌습니다. 에두아르 마네는 이 누드 그림 탓에 욕이란 욕은 다 먹었다. 격분한 사람들은 그림에 침을 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