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學,藝術/아트칼럼 1374

수확하는 여자들[이은화의 미술시간]〈195〉

동아일보 2021. 12. 30. 03:02 나이 50세를 가리켜 지천명이라 부른다. 하늘의 명을 알아 세상 이치를 깨닫게 되는 나이란 의미다. 메리 커샛도 쉰 살이 되자 새로운 깨달음을 얻었다. 그 덕에 용기 내어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새로운 주제의 그림에 도전할 수 있었다. 과연 그 도전은 성공했을까? 커샛은 프랑스 인상주의 전시에 참여했던 유일한 미국 여성 화가다. 20대에 살롱전에 입상한 실력파였지만 멘토이자 동료 화가였던 에드가르 드가의 초대로 인상주의 그룹의 멤버가 되었다. 19세기 여성은 정규 미술 교육에서 배제되었기에, 높은 가치를 인정받는 역사화나 종교화는 남성들만의 전유물이었다. 당시 대부분의 여성 화가들처럼 커샛 역시 모성애나 여성의 소소한 일상을 다룬 그림을 주로 그렸다. http..

[우정아의 아트 스토리] [409] '가고 싶은' 집의 입구

조선일보 2021. 12. 28. 03:07 요즘에는 출근이나 등교를 하자마자 되돌아 나오고 싶은, ‘집에 가고 싶다 증후군’이라는 게 있다고 한다. 집이란 거친 세상사로부터 나를 보호해 주는 곳이자 안락하고 평화로운 가족의 공간이니, 일이 벅차고 마음이 고될 때는 누구나 집에 가고 싶어진다. 그런데 문제는 집에 있는데도 집에 가고 싶다는 것이다. 현실의 집이 영 편치 않다는 말이다 https://news.v.daum.net/v/20211228030721200 [우정아의 아트 스토리] [409] '가고 싶은' 집의 입구 [우정아의 아트 스토리] [409] '가고 싶은' 집의 입구 요즘에는 출근이나 등교를 하자마자 되돌아 나오고 싶은, ‘집에 가고 싶다 증후군’이라는 게 있다고 한다. 집이란 거친 세상사로..

박서보, 동서양 기법·재료·철학 혼합된 新추상화[정윤아의 '컬렉터의 마음을 훔친 세기의 작품들']

매경이코노미 2021. 12. 23. 09:24 [정윤아의 '컬렉터의 마음을 훔친 세기의 작품들'] 방탄소년단 인기가 어찌나 높은지, 그들의 발자취가 닿은 곳은 어디든지 성지 순례를 하듯 쫓아다니는 열혈 팬들로 인산인해를 이룬다고 한다. 대중문화의 이런 팬덤 현상과 견줄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몇 년 전 국제 미술계에서 한국 미술이 크게 주목을 받은 적이 있다. ‘단색화’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1970~1980년대 한국 미술계를 주도한 ‘단색화’는 박서보, 정상화, 윤형근 등을 위시한 1920년대 후반~1930년대 초반 출생 화가들이 중추적인 역할을 한 한국의 대표적인 추상 미술 운동이다. 그 가운데서도 박서보(1931년생)는 이 운동의 선구적인 역할을 한 화가다. 박서보는 한국의 전통적인 미를 현대화한..

엄격한 훈육[이은화의 미술시간]〈194〉

동아일보 2021. 12. 23. 03:03 성모와 아기 예수는 중세 초기부터 미술가들에게 인기 있는 주제였다. 인자하고 자애로운 어머니가 특별한 능력을 지닌 아기를 사랑스럽게 품에 안거나 돌보는 모습으로 그려지는 게 일반적이다. 한데 막스 에른스트는 전혀 다르게 그렸다. 세상에! 성모가 아기 예수를 때리고 있다. 대체 화가는 성모자의 모습을 왜 이렇게 불경스럽게 그린 걸까? https://news.v.daum.net/v/20211223030323277 엄격한 훈육[이은화의 미술시간]〈194〉 엄격한 훈육[이은화의 미술시간]〈194〉 막스 에른스트 ‘세 목격자 앞에서 아기 예수를 때리는 성모’, 1926년.성모와 아기 예수는 중세 초기부터 미술가들에게 인기 있는 주제였다. 인자하고 자애로운 어머니가 특별..

[우정아의 아트 스토리] [408] 아이들 눈과 마음을 사로잡은 가게

조선일보 2021. 12. 21. 03:01 1885년 빈센트 반 고흐가 동생 테오에게 쓴 편지에서 다른 화가가 그린 어린이 그림을 언급하면서 ‘전성기 로브리숑에 견줄 만하다’고 했다. 당시 프랑스 화가 티몰레옹 마리 로브리숑(Timoleon Marie Lobrichon·1831~1914)은 무엇보다도 아기와 어린이의 모습을 현실적이고도 사랑스럽게 그려낸 화가로 온 유럽에서 이름을 날렸다. 그의 작품 중 수많은 복제품을 낳은 그림이 바로 이 ‘장난감 가게 진열장’이다. https://news.v.daum.net/v/20211221030124789 [우정아의 아트 스토리] [408] 아이들 눈과 마음을 사로잡은 가게 [우정아의 아트 스토리] [408] 아이들 눈과 마음을 사로잡은 가게 1885년 빈센트 반..

[문소영의 영감의 원천] 세잔, 비운의 화가 묘사 졸라 소설 보고 '30년 우정' 깼다

중앙SUNDAY 2021. 12. 18. 00:22 폴 세잔과 에밀 졸라 “어느 날 그(에밀 졸라)의 책 『작품』을 받았지. 그 책은 정말 충격이었어. 그가 날 속으로 어떻게 생각했는지 알게 됐거든. 한마디로 아주 나쁜 책인 데다가 다 틀린 얘기야.” 후기인상주의 화가 폴 세잔(1839~1906)이 후배 화가와 와인을 마시다가 울분을 터뜨리며 한 말이다. 사실주의 소설가 에밀 졸라(1840~1902)는 세잔의 30여 년 지기였다. 중학교 때 단짝이었고 성장해서도 서로의 예술과 삶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을 나누던 절친이었다. 그랬던 그들의 우정이 1886년 졸라가 쓴 소설 한 권으로 박살이 난 것이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그전부터 서서히 금이 가고 있던 우정에 이 소설이 쐐기를 박았다고 해야 할 것이다..

어울리지 않는 커플[이은화의 미술시간]〈193〉

동아일보 2021. 12. 16. 03:04 성서에 등장하는 인류 최초 부부는 아담과 이브다. 신에게 복종하지 않을 자유를 가졌던 그들은 결국 죄를 짓고 에덴동산에서 쫓겨났다. 타락과 원죄의 상징이 된 아담과 이브는 오랫동안 서양미술의 단골 주제였다. 20세기 화가 파울 클레도 이 커플을 그렸다. 그런데 그가 그린 커플 이미지는 너무도 우스꽝스럽고 생경하다. 왜 이렇게 표현한 걸까? https://news.v.daum.net/v/20211216030407791 어울리지 않는 커플[이은화의 미술시간]〈193〉 어울리지 않는 커플[이은화의 미술시간]〈193〉 파울 클레 ‘아담과 어린 이브’, 1921년.성서에 등장하는 인류 최초 부부는 아담과 이브다. 신에게 복종하지 않을 자유를 가졌던 그들은 결국 죄를 짓..

'고목과 여인'―궁핍한 시대의 상징[윤범모의 현미경으로 본 명화]

동아일보 2021. 12. 14. 03:02 우람한 나무 한 그루. 과연 살아 있는 것일까. 나무의 아랫도리만 거창하지 상체는 심하게 잘려 나갔다. 그래서 거의 죽어 있는 듯 보인다. 험난한 세월이 할퀴고 간 자국. 그래도 고목은 의연하다. 자세히 보면 그렇지 않다. 죽기는커녕 새날을 예비하고 있다. 거인은 죽은 듯 동면에 들어 있지만 따스한 봄을 기약하고 있다. 그래서 옆구리에 새로운 가지를 뽑아 올리고 있다. 비록 가느다랗고 여린 것 같지만 살아 있음을 증거하고 있다. 아니, 약동의 상징이다. 거대한 고목, 그렇게 쉽게 죽을 수 없다. 유구한 민족의 역사 또한 쉽게 사라질 수 없다. 아무리 혹독한 세월이라 해도 그냥 쓰러질 수 없다. https://news.v.daum.net/v/202112140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