時事論壇/時流談論 2932

[고정애의 시시각각] 우린 대통령제인가 내각제인가

중앙일보 2023. 12. 8. 00:31 총선 앞 정부 안정성 놓친 대통령 입법권으로 정부 포박한 민주당 서로 비난만…무책임 정치의 극치 칼럼 제목을 보곤 당연한 걸 묻는다고 여겼겠다. 우리의 ‘건국 아버지’들이 만들어낸 건 그러나 미국식의 ‘순(純)대통령제’는 아니었다. “내각제를 검토하다가 정부의 안정성, 정치의 강력성을 도모할 필요성이 있다고 해서 대통령제가 됐다”(유진오 박사)는 말마따나 내각제 요소가 가미된 대통령제다. 의원들이 국무위원(장관)이 되는 게 한 예다. 미국은 의원 배지를 떼야 장관이 되고, 임기도 대개 대통령과 함께한다. 장관이 대통령의 ‘비서(secretary)’여서다. 우리도 한때(1962~69) 겸직을 금했다. 한데 지금 와서 보면 우리의 통치체제가 뭔지 헷갈릴 수준까지 변..

[데스크시각] 욕설의 정치

국민일보 2023. 12. 7. 04:08 수정 2023. 12. 7. 07:45 누가 뭐래도 국회 안에서의 갑을 관계는 확실했다. 국회에 불려 나온 장관들은 의원들이 억지 논리로 야단을 쳐도 “지적하신 내용을 확인해 보겠다”며 몸을 낮추기 마련이었다. 진짜 존경하는지는 모르겠으나 질책을 받으면서도 꼬박꼬박 “존경하는 의원님”을 붙이는 게 관행이었다. 각료들을 잔뜩 몰아세운 뒤 “똑바로 하세요”라는 호통으로 마무리하는 게 익숙한 의사당 풍경이었다. 그런 면에서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별종’이라 할 수 있다. 도무지 의원들과의 기싸움에서 물러설 생각이 없고, 거친 설전도 마다할 생각이 없다. 펀치가 날아오면 카운터펀치를 날리는 식이다. 법조기자 시절 종종 접한 한 장관은 자존심도 세지만, 능변인 데다 상황..

[단독] 공석된 방통위원장에 김홍일 내정…오늘부터 순차 개각

중앙일보 2023. 12. 4. 05:00 수정 2023. 12. 4. 05:16 윤석열 대통령이 4일 개각을 단행한다. 10명 안팎의 장관(급)이 바뀔 예정인 가운데, 이날 1차 교체 대상이 발표된다. 지난해 5월 윤 대통령 취임 이후 필요에 따른 순차적인 장관 교체는 있었지만, 중폭 이상의 개각을 단행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사실상 윤석열 정부 2기를 대내외적으로 공표하는 셈이다. 여권 고위 관계자는 3일 “출마나 차출 요구, 업무 역량 등에 따라 윤 대통령이 중폭 이상의 장관급 교체를 단행할 예정”이라며 “4일 일부 장관를 교체한 후 이번 주 안에 주요 인선을 마무리할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지난 1일 이동관 전 방송통신위원장의 사퇴로 공석이 된 방통위원장 자리에는 김홍일 국민권익위원장이 내정됐..

대통령실·내각 개편 인적쇄신이 국정쇄신 첫걸음 [사설]

동아일보 2023. 11. 30. 00:00 수정 2023. 11. 30. 00:05 윤석열 대통령이 다음 주중 대통령실과 내각 개편을 단행할 계획이라고 한다. 대통령실 수석비서관 6명 중 정무·홍보·시민사회수석 등 5명이 교체되고 일부 조직도 개편될 것으로 전망된다. 내각에선 19개 중앙부처 장관 중 10명 안팎이 교체 대상이다. 내각 개편은 후보군 정리 여부에 따라 순차적으로 이뤄질 공산이 크다. 윤 정부는 이제 집권 중반을 향해 가고 있다. 흐트러진 국정 동력을 다잡는 것도, 윤 정부가 달라졌다는 것을 국민에게 인식시키는 길도 결국 어떤 새로운 인물을 많이 등용하느냐에 달렸다. 분명한 건 내 편 네 편이 인선의 가장 중요한 기준이 돼선 폭넓은 인재 기용은 어렵다는 점이다. 후임 인선에 대한 사전 인..

[이하경 칼럼] 나시레마족 주술을 거부하는 서울대발 교육개혁

중앙일보 2023. 11. 27. 00:30 수정 2023. 11. 27. 06:48 한국, 오리엔탈리즘 극복엔 성공 모방 아닌 창조형 인재 넘쳐나야 성장률 5년 1% 하락 법칙 깨져 개별성 존중, 이타성 확보가 관건 서구는 에드워드 사이드가 저서 『오리엔탈리즘』에서 비판한 대로 오랫동안 동양을 타자화했다. “너와 나는 다르고 그 차이는 내가 규정하겠다”는 제국주의의 오만이었다. 서구는 문명의 주역이고, 동양은 열등하고 비논리적이라는 스테레오타입을 만들어냈다. 동양인들은 서구의 비틀린 시선을 통해 자신을 응시하고 정체성을 갖게 됐다. 서구를 모방하는 데 사활을 걸었다. 한국은 이 모욕의 과정을 뼈저리게 겪은 뒤 실력으로 절정의 국가 파워를 갖추는 데 성공했다. 열등생에서 우등생으로 변신했다. 문제는 이제..

[고정애의 시시각각] 권력자들도 때론 못 본다

중앙일보 2023. 11. 24. 00:43 박 전 대통령 "이유 모르겠다" 보며 권력자의 치명적 맹시 위험 절감 '솔직하고 사려 깊은 조언자' 절실 대통령의 생각을 엿보는 건 언제나 흥미로운 일이다. 최근 더중앙플러스(The JoongAng Plus)에 연재되는 ‘박근혜 회고록’도 마찬가지다. 오늘 얘기하려는 건 그중에서도 권력자의 맹시(盲視)다. 하늘에 나는 새도 떨어뜨린다는 대통령으로서 임기 첫해인 2013년 가을 진영 당시 보건복지부 장관이 물러났다. 실세 장관의 난데없는 퇴장이었다........."관련 전문가들과 상의한 결과 소득 하위 70%의 노인을 대상으로 매달 10만~20만원의 기초연금을 국민연금 가입 기간과 연계해 차등 지급하는 것으로 조정했다. 진 장관의 거친 반발은 굉장히 놀랍고 뜻밖..

‘다키스트 아워’ 배경된 워룸…처칠의 빛과 그림자 담겨 [문소영의 영감의 원천]

중앙SUNDAY 2023. 11. 18. 00:39 [영감의 원천] 영국 ‘처칠 전쟁박물관’ 윤석열 대통령의 영국 국빈 방문이 다음주(20~23일)로 다가왔다. 환영 행사와 회담 외에 흥미로운 일정이 있다. 23일 ‘처칠 워룸(Churchill War Rooms),’ 우리에게는 ‘처칠 전쟁박물관’으로 알려진 곳을 방문하는 일정이다. 한국 대통령이 영국 공식 방문 중에 이곳을 찾는 것은 처음이다. 윤 대통령이 대선 후보일 때부터 여러 차례 윈스턴 처칠(1874~1965) 전 영국 총리를 존경한다고 밝혔기에 이루어진 일정일 것이다. 처칠 워룸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에 사용된 거대 방공호를 전후에 박물관으로 만든 것이다. 나치 폭격기의 공습을 피해 처칠과 전시 내각이 이곳에서 숙식을 하며 수많은 회의를 했다...

[김동호의 시시각각] 박정희가 ‘쓴소리 총리’를 쓴 이유

중앙일보 2023. 11. 17. 00:28 경제 비상에도 3류 정치 점입가경 정부도 중심 못 잡고 핵심정책 표류 널리 탕평책 펼쳐야 리더십 강해져 내년 총선이 임박하자 국민의힘은 ‘김포 서울 편입’ ‘공매도 한시적 금지’ 같은 대중영합적 정책을 내놓았다. 선수를 빼앗긴 더불어민주당은 맞불을 놓기 시작했다. 이재명 대표의 수사검사 탄핵을 추진하고 ‘노란봉투법’ ‘방송3법’을 쏟아냈다. 시장원리를 허무는 ‘횡재세’도 거론한다. 거대 의석을 앞세우자 국민의힘은 속수무책이다. 민생은 안중에 없다. 고질적 3류 정치가 질주하는 동안 한국은 잠재성장률이 1%대로 떨어지는 경제 비상 상황에 직면했다. 경제 활력을 살려야 할 국회는 아랑곳하지 않는다. 노사관계를 더 복잡하게 만들 수 있는 노란봉투법은 전광석화로 국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