時事論壇/時流談論 2935

[박정훈 칼럼] 이스라엘은 왜 ‘더러운 평화’를 거부했나

조선일보 2023. 10. 21. 03:20 수정 2023. 10. 21. 07:37 이스라엘 국민인들 왜 두렵지 않겠나 그래도 싸워야 하는 절박한 생존 논리를 이해하지 못한다면 평화도 안보도 말할 자격이 없다 하마스의 기습으로 촉발된 중동 전쟁은 위협에 맞서는 국가 의지의 강렬함에서 이스라엘을 따라갈 나라가 없음을 새삼 확인시켜 주었다. 이스라엘 정부가 선전포고와 동시에 예비군 소집령을 내리자 36만명이 모여 부대 배치를 마쳤다. 걸린 시간은 단 48시간이었다. 불과 이틀 만에 이스라엘 인구 936만명의 4%가 군복으로 갈아입고 집과 일터를 떠나 전선에 집결했다. 소집에 응한 36만명 중 6만명은 해외에서 달려온 이들이었다. 베를린·마이애미·리마 등 텔아비브행(行) 항공편이 운항하는 세계의 공항들은 귀..

[朝鮮칼럼] 우리 국민은 오만을 가장 싫어한다

조선일보 2023. 10. 18. 03:20 대통령 국정 스타일에 대한 반감 이승만·박정희도 피하지 못해 또 중요한 이유는 ‘민생 둔감성’ 추석 밥상 화제는 단연 물가 그런데도 대통령은 “제일 중요한 게 이념”… 선거는 지옥이자 기회 현실 직시하고 국민에게 답하라 9월에 이어 10월은 보수층에게 충격적이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구속영장이 기각된 데 이어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큰 차이로 패배했다. 범죄 혐의가 9개인 당대표, 방탄국회와 입법폭주를 이어온 정당이 어떻게 승리할 수 있나. 납득하기 어려운 결과다. 하지만 더 기막힌 것은 선거 패배에 대한 대통령과 여당의 안이한 태도다. 매서운 질책이 쏟아지고 있다. 천안함 순국 장병 고 민평기 상사의 어머니 윤청자 여사의 말이 보수층의 속마음일 것이다. “..

[김윤덕 칼럼] 국민의 마음을 얻는 법? 이 夫婦처럼 하면 이긴다

조선일보 2023. 10. 17. 03:20 고물가가 民生 강타한 지금 낮고 겸허한 태도로 다가서며 백악관을 ‘국민의 집’ 만든 오바마의 포용 리더십 절실 책임 두려워하면 민심 돌아서 반전의 기회 아직 남아있다 ‘아메리칸 팩토리’는 미국 자동차 회사 GM의 폐쇄된 공장을 인수한 중국 기업 푸야오(福耀)가 2000명의 미국 노동자들과 원팀이 되기 위해 분투하는 과정을 그린 다큐멘터리다. 2020년 아카데미 수상작인데, 기업주는 악(惡), 노동자는 선(善)으로 그리길 좋아하는 한국 영화 풍토에선 나오기 힘든 작품이다. 노사 어느 편도 들지 않기 때문이다. 이 다큐는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 부부가 제작했다. 2017년 백악관을 떠난 이들은 ‘시골에 파묻혀 잊혀지기’나 ‘후임 대통령 비난하기’에 몰두하지 ..

[이하경 칼럼] 윤 대통령이 달라져야 하는 이유

중앙일보 2023. 10. 16. 00:39 보선 결과는 민심의 정권 경고 방향 맞지만 태도 오만해 실망 언로 막히면 ‘벌거벗은 임금님’돼 겸손한 자세로 민심 경청하길 은희경의 소설 『비밀과 거짓말』에는 K읍의 ‘사형제 이야기’가 등장한다. 투숙객들의 재물을 탐낸 여관 주인은 네 사람을 물에 빠뜨려 죽인다. 원귀(?鬼)들은 자식이 없는 주인의 아들로 태어나 말할 수 없는 기쁨을 안겨준다. 그리고 이름 모를 병에 걸려 차례로 불귀(不歸)의 객(客)이 된다. 지극했던 사랑을 회수하는 방식으로 처절한 복수를 완성하는 전복적 서사(敍事)다. 중도·청년·중산층이 여권에 등을 돌린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결과는 1년7개월 전 지지했던 윤석열 정권에 대한 경고였다. ‘사형제 이야기’ 속 아버지의 상실감을 여권은 제대로 ..

아이언돔 허점 뚫은 하마스 기습…한국도 결코 남의 일 아니다 [엄효식이 소리내다]

중앙일보 2023. 10. 14. 00:05 이스라엘이 하마스의 기습을 왜 사전에 인지하지 못했고 사전에 격퇴하지 못했을까. 이러한 질문과 궁금증은 곧 이스라엘 군대가 무기력하고 무능했다는 단순한 결론과 함께 모사드를 비롯한 정보기관과 군(軍)이 유대교의 명절을 맞아서 안이했다는 비난과 질책으로 연결이 된다. 그런데 이런 식의 단정적 평가가 합리적인지 고민된다. 기습이라는 단어의 속성은 정상적인 방어와 대응을 압도하기 때문이다. 기습은 시도하는 쪽이 100% 유리하다. 물론 여기에는 몇 가지의 조건이 필요하다. 충분한 능력(의지)이 있어야 하고, 철저한 작전 보안, 상대를 안심시킬 수 있는 기만이 통해야 한다. 이번 하마스의 공격은 세 가지를 다 충족했다. 이스라엘 군대의 군사적 대비는 완전히 노출된 것..

[朝鮮칼럼] 좌파는 말로 일하고 우파는 일로 말한다

조선일보 2023. 10. 13. 03:20(전상인 서울대 명예교수·사회학) ‘근면혁명’이 세운 대한민국 2000년대 이후 뒤집혀 386 권력이 만든 이념의 시대 상식·과학 거의 무너져 하지만 언제까지 야당 탓만 할 건가 자유·시장·애국주의 말은 옳지만 결국 사람을 움직이는 건 발품 파는 민생이고 실용주의다 벨 에포크(Belle Epoque)란 한 나라의 ‘아름다운 시절’을 회고할 때 사용되는 말이다. 전쟁 없는 평화기에 국민 대다수가 정치적 안정과 경제적 풍요, 문화적 융성을 구가하던 일종의 ‘태평성대’다. 주로 19세기 말부터 제1차 세계 대전 발발까지의 프랑스를 지칭하나 그 무렵 많은 서유럽 국가들이 포함되기도 한다. 상대적이긴 하나 모든 나라 역사에는 나름의 벨 에포크가 있다. 인생으로 치면 삶이..

[예영준의 시시각각] 어떻게 민주주의는 무너지는가

중앙일보 2023. 10. 11. 01:02 2016년 미 연방대법관 인준 거부 이균용 임명 부결 사태와 데자뷔 민주주의 버팀목은 관용과 자제 미국의 권력 서열 3위인 하원의장이 해임당하는, 그것도 자신이 속한 공화당 강경파 의원의 반란에 의해 축출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초유의 사태라면 한국도 뒤질 게 없다.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로 인한 사법부 수장의 공백 사태가 국내 초유라면 모 장관 후보자의 ‘엑시트’ 소동은 인사청문회 원조격인 미국에서도 전례가 없는 일이라고 한다.......미국과 한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상황은 서로 무관해 보이지만 극단적 대결 정치의 귀결이란 점에선 차이가 없다. 하버드대 교수 스티븐 레비츠키와 대니얼 지블랫이 2018년에 펴낸 『어떻게 민주주의는 무너지는가』에 이런 대목..

[김대중 칼럼] 이재명의 ‘포옹’이 의미하는 것

조선일보 2023. 10. 10. 03:10 재판장 허락받고 심복 포옹? 무언의 압력, 인간미로 포장… 정말 무서운 사람이라 새삼 느껴 뻔뻔함은 이제 미덕이자 기본 윤미향·김남국·조국… 야당 대표가 그 선두에 기댈 건 오직 국민 선택뿐 대장동 특혜 사건 피의자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재판정에서 재판장의 허락을 받고 공동 피의자인 자신의 심복 정진상씨를 포옹했다는 기사를 읽으면서 전율을 느꼈다. 피고인인 처지에 어떻게 저런 연출을 할 생각을 했을까? 어떻게 만인환시(萬人環視) 속에서 자신의 생명줄을 쥐고 있는 최측근을 끌어안고 등을 두드리며 사실상 무언의 압박을 가할 배짱을 보일 수 있는 것일까? 어떻게 그런 속셈을 옛 상사의 ‘인간미’로 포장할 여유를 갖게 됐을까? 이재명씨는 정말 무서운 사람이라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