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부희령] 달빛이 속삭이는 말 국만일보 2016.11.17 19:01 68년 만에 지구에 가장 가까이 다가온 달이 어두운 골목길을 내려다보고 있다. 길을 걷던 사람이 걸음을 멈추고 하늘을 올려다본다. ‘슈퍼문’이라더니, 그렇게 커 보이지도 않네. 그는 복잡한 표정으로 중얼거린다. 소원을 빌어야 하는데, 마음속에 있는 수많은 욕.. 人文,社會科學/敎養·提言.思考 2016.11.20
[살며 사랑하며-부희령] 햄버거를 먹는 사정 국민일보 2016.06.30. 17:50 영화를 보러 갔다. 평일 낮이라 그런지 관객이 별로 없었고 내 옆자리도 비어 있었다. 불이 꺼지고, 영화 시작 전에 나오는 광고가 거의 끝나갈 즈음 어둠 속에서 누군가가 헐레벌떡 계단을 올라와 옆자리에 앉았다. 앉자마자 가방을 뒤적이더니 무엇인가를 꺼내 .. 人文,社會科學/敎養·提言.思考 2016.06.30
[살며 사랑하며-부희령] '나'라는 지향성 국민일보 2016.06.09. 20:17 살아오면서 운이 좋다는 생각을 거의 하지 않았다. 오히려 운이 나쁘다는 생각을 자주 하는 편이었다. 하지만 요즘 내가 여러 가지 면에서 운이 좋았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는다. 그 가운데 하나가 평생 안경이나 콘택트렌즈를 사용하지 않았다는 것. 하루 종일 모.. 人文,社會科學/敎養·提言.思考 2016.06.09
[살며 사랑하며-부희령] 사소하고 느슨한 국민일보 2016.05.26. 19:24 아주 어린 아이일 때는 불을 끄고 잠자리에 들면 갑자기 세상이 위험한 곳처럼 느껴지곤 했다. 책에서 본 사납고 끔찍한 형상들이 머릿속에서 빙글빙글 맴돌았다. 머리카락이 살아 꿈틀거리는 뱀들, 얼마나 무시무시하게 생겼는지 눈이 마주치면 돌로 변하게 되는.. 人文,社會科學/敎養·提言.思考 2016.05.26
[살며 사랑하며-부희령] 병원 복도에서 국민일보 2016.05.12. 19:42 벽에는 르누아르의 ‘뱃놀이의 점심 식사’라는 그림이 걸려 있다. 좀 더 정확하게 말하면 그림의 한 부분만 확대한 것이다. 한 소녀가 강아지를 안고 입이라도 맞출 듯 다정하게 바라보고 있는 옆모습. 그림에서 시선을 돌려 병원 복도를 둘러본다. 저쪽 끝, 진료.. 人文,社會科學/敎養·提言.思考 2016.05.12
[살며 사랑하며-부희령] 차가운 바닥을 닦는 일 국민일보 2016.03.10. 17:48 어느 추운 날 오후 나는 부엌 바닥을 닦고 있었다. 그해 겨울, 기름값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올랐다. 도시가스가 들어오지 않는 시골에 살고 있던 때였으므로, 난방비를 아끼려고 궁리 끝에 방 하나만 제외하고 보일러 배관을 거의 잠가놓고 지냈다. 그렇지 않아도.. 人文,社會科學/日常 ·健康 2016.03.11
[살며 사랑하며-부희령] 새벽 다섯 시 국민일보 2016.02.25. 17:32 새벽 다섯 시. 며칠 전부터 이 무렵 잠이 깬다. 낮에 마시는 커피의 양이 늘어난 건가. 잠자리를 옮긴 탓인가. 어디선가 양변기 물 내리는 소리가 들려온다. 기억을 더듬어보니 며칠 내내 이 시각에 그 소리를 들은 것 같다. 물소리 때문에 잠에서 깬 것일까. 이사 온.. 人文,社會科學/敎養·提言.思考 2016.02.26
[살며 사랑하며-부희령] 삶의 의미를 묻다 국민일보 2016.02.18. 17:38 겨울날 다리 위를 걸을 때면 늘 긴장한다. 사흘 추우면 나흘 따뜻하다는 법칙이 대체로 지켜지는 편인 우리나라 겨울 날씨에도, 다리 위는 내내 꽁꽁 얼어붙은 빙판인 경우가 있다. 왜 그럴까. 아, 다리 아래는 빈 공간이니까. 그런 생각을 하다가 문득 다리가 가엾.. 人文,社會科學/敎養·提言.思考 2016.02.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