人文,社會科學/自然과 動.植物

[그림으로 보는 자연] 초파일 즈음 피는 꽃, '봉글봉글' 부처님 머리 닮았네

바람아님 2015. 5. 22. 09:21

(출처-조선일보 2015.05.21박윤선 생태교육 활동가)

외출하기 전에는 다들 거울을 한 번쯤은 들여다볼 거야. 
외모에 관심이 많은 사람은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구석구석 살펴볼 테지. 
그렇지 않은 사람도 얼굴에 뭐가 묻었는지, 머리가 단정한지 정도는 꼭 살펴봐. 
머리 모양은 사람을 달라 보이게 할 만큼 이미지에 큰 영향을 미치니까 말이야. 
긴 머리를 싹둑 짧게 자른다든지, 생머리를 구불구불 파마머리로 바꾼다든지 하면, 친한 친구도 갑자기 좀 달라 보이고 그래.

부처님의 머리 모양은 참 특이해. 곱슬곱슬한 모양이지만, 흔한 파마머리는 아니야. 
소라 껍데기처럼 틀어 말려 있지. 
불교에서는 머리카락을 갖가지 고민과 괴로움을 뜻한다고 여겨서 스님이 되기 위해선 머리를 깎는데, 
부처님은 괴로움이 사라지고 깨달음을 얻었기 때문에 특별한 머리 모양을 하고 있어.
불두화.
/그림=이재은(호박꽃 '내가 좋아하는 꽃')
사람 머리 크기만큼 커다란 꽃송이가 봉글봉글 부처님 머리를 닮았다고 이름이 붙은 꽃이 있어. 
절에서 많이 심는 불두화야. 신기하게도 불두화는 초파일 즈음에 핀단다. 
활짝 피면 사발 같다고 사발꽃이라고도 하고, 하늘나라 선녀들이 하얀 눈을 먹고 토해 놓은 것 같다고 해서 설토화라고도 해.

탐스럽기는 수국이랑 닮았는데, 잎을 보면 딱 달라. 불두화 잎은 세 갈래로 갈라져 있어. 
수국은 산골짜기에 피는 산수국을 개량한 거고, 불두화는 백당나무를 개량한 거야. 
백당나무는 가운데 작은 '진짜 꽃'들이 모여 있고, 그 주변으로 크고 화려한 헛꽃들이 피어 있어. 
헛꽃은 모양만 꽃처럼 생겼지 진짜 열매를 맺을 순 없는 가짜 꽃이야. 
곤충들이 진짜 꽃에 와서 꿀을 먹게끔 끌어모으는 역할을 하지. 
불두화는 보기 좋은 헛꽃들만 남기도록 백당나무를 개량한 거야. 불두화꽃 하나하나를 가만히 들여다보렴. 
여느 꽃에서 볼 수 있는 암술이나 수술이 없이 하얀 꽃잎 다섯 장만 서로 붙어 있어. 
그러니 꽃이 진 뒤에도 열매를 볼 수 없단다.

불두화는 어떻게 번식하는지 궁금하니? 사람이 개량했으니 사람이 책임을 져야지. 
불두화 가지나 줄기를 잘라서 흙 속에 꽂아 뿌리를 내리게 하는 방식으로 번식시켜. 
물을 좋아하니까 흙이 마르지 않게 해 주어야 뿌리를 잘 내려.

불두화는 키가 3~6m 정도 자라. 작은 나무는 아니야. 
어린 가지는 붉은빛을 띠는 녹색인데, 클수록 어두운 잿빛으로 변해. 
꽃은 처음 필 때는 연둣빛이 돌아. 활짝 피면 하얘지고 질 때쯤엔 살짝 누르스름해져. 
꽃이 질 때는 수북한 꽃송이에서 꽃잎이 하나하나 날리며 시들어. 
불두화는 꽃을 보려고 심은 만큼 꽃송이가 커다랗고 탐스러워. 
하지만 가지치기를 할 때 꽃송이가 지나치게 많이 열리도록 욕심을 내면, 
비바람에 꽃송이 무게를 이기지 못해서 꽃가지가 땅으로 휘거나 부러질 수 있어.

옛날에는 불두화를 말려 열 내리는 약으로 쓰기도 했대. 
할머니와 손자가 지나가는 굶주린 노인을 대접했는데, 그 덕분에 불두화를 발견해 병에서 나았단 이야기가 전해져 내려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