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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사진속 6·25 참상' 국제적십자위 희귀사진 대거공개

바람아님 2015. 6. 24. 08:54

연합뉴스 2015-6-23

 

울상 짓는 꼬마·중공군 치료하는 미군·이승만·개폐식 영도다리 등 담겨

베이징 소재 국제적십자위원회 동아시아대표처 소장 사진

(베이징=연합뉴스) 홍제성 김덕현 특파원 = 6·25전쟁(한국전쟁) 발발 65주년을 앞두고 전쟁의 참상과 아픔을 고스란히 담은 희귀 사진들이 대거 공개됐다.

연합뉴스가 23일 중국 베이징(北京) 소재 국제적십자위원회(ICRC) 동아시아대표처를 통해 입수한 사진들에는 서울, 부산, 대구, 거제도, 평양, 판문점 등 전쟁의 비극을 겪은 한반도 곳곳의 모습이 담겨 있다.

 

 

 

 

 

 

우선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누더기 옷을 걸친 채 울상을 짓는 꼬마의 사진이다.

다섯 살도 채 안 돼 보이는 이 꼬마는 자기 몸보다 더 큰 봇짐을 진 채 울음을 터뜨리기 직전의 표정을 짓고 있다.

1951년 2월 홍천에서 촬영된 이 사진은 전쟁의 비극이 이렇게 어린 아이에게까지 엄청난 고통을 주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1950년 12월 대구에서 찍은 몇 장의 사진 속에는 기차 위에 어떻게든 올라타려고 안간힘을 쓰는 피란민들의 고통스러운 모습과 '산을 넘고 물을 건너서라도' 살아보겠다는 우리네 소시민의 모습이 담겨 있다.

부산과 거제도 등에 설치돼 있던 포로수용소 생활을 엿볼 수 있는 사진들도 공개됐다.

수용공간이 부족해 임시 천막을 대거 지어놓은 포로수용소의 전경과 이곳에서 주먹밥을 배급받는 포로들의 모습도 카메라에 담겼다.

포로수용소에서는 무거운 분위기 속에서도 장기자랑을 하고 권투·씨름 경기가 벌어지는 등 수용자들도 짬을 내 여가를 즐기기도 했다.

평양과 원산 등 북녘땅에서 촬영된 희귀 사진도 상당수 공개됐다.

인천상륙작전 이후 평양까지 진격한 유엔군과 국군이 운영하던 여성 포로수용소에서 대기하고 있던 여성들의 모습, 북한 측 포로들이 무릎을 꿇은 채 심문을 받는 장면 등도 확인할 수 있다.

1950년 11월 원산에서 붙잡힌 북한군과 중공군 포로들이 이송되기 전의 순간도 카메라에 포착됐다.

'전쟁의 포화' 속에서도 미군 병사가 부상당한 중공군 병사에게 응급처치를 해주고 수용소에서 중공군 포로에게 담배를 나눠주는 등 인도주의적인 모습도 엿볼 수 있었다.

이승만 초대 대통령을 비롯한 당시 주요 인사들의 모습도 카메라에 담겼다.

이 전 대통령은 1950년 8월 훗날 국무총리와 외무부 장관을 지낸 변영태 당시 고려대 교수, 적십자사 단원 등과 기념촬영을 했고 1952년에는 한복 차림의 부인 프란체스카 여사와 함께 파주 '자유의 마을'도 방문했다.

이기붕 당시 서울시장이 1950년 11월 미군 지휘관들과 함께 찍은 사진도 있었다.

역사적 현장의 과거와 현재를 비교해 볼 수 있는 사진들도 적지 않았다.

정전협상이 열리고 있던 판문점, 서울의 옛 중앙청, 유일한 개폐식 다리였던 부산 영도다리, 유엔군 전사 장병을 안장한 부산의 유엔군 묘지(현 유엔기념공원) 등의 60여년 전 모습도 렌즈에 담겼다.

이밖에 공개된 사진 중에는 전쟁의 비극 속에서도 천진난만한 동심을 엿볼 수 있는 자료들도 있었다.

군종 목사에게 안겨 이야기를 재미있게 듣는 여자 어린이, 탱크에 올라 즐거워하고 있는 동네 아이들, 구호품으로 나온 옷을 받고 좋아하는 여자어린이 등의 표정도 엿볼 수 있다.

앞서 ICRC 동아시아대표처는 한국전쟁 발발 60주년이던 2010년 6월에도 연합뉴스를 통해 전쟁 당시 촬영한 희귀사진 8장을 공개한 데 이어 이번에 사진들을 추가로 대거 공개했다.

대표처 관계자는 "이 사진들은 한국전쟁 당시 한반도 곳곳에서 구호활동을 하던 적십자 직원들과 참전 미군들이 전쟁의 참상과 그 속에서 살아가던 사람들의 모습을 담은 것"이라면서 "자료 차원에서 보관해 오다 한국전쟁 발발 65주년을 맞아 연합뉴스를 통해 공개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