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 2015-8-3
유명 골프 선수들에게는 다양하고 재미난 별명들이 따라다닌다. 아무래도 어제 새벽 브리티시여자오픈에서 우승해,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달성한 박인비 선수부터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침묵의 암살자(Silent Assassin)가 그의 별명이라는 건 잘 알려진 대로다. 플레이가 화려하지도 않고, 표정 변화나 말도 없으며, 걸음걸이도 차분하고, 갤러리에 대한 답례라고는 한 손을 잠깐 들었다 내리는 게 전부다. 조용조용, 있는 듯 없는 듯한 그녀가 어느 순간 리더보드 꼭대기로 올라가 있는 경우가 많아 그런 별명이 붙었다. 우아한 스윙과 화려한 외모로 이목을 끄는 여타 스타 플레이어들을 ‘조용히 해치우는’ 무서운 선수인 셈이다.
![](http://t1.daumcdn.net/news/201508/03/ked/20150803184712465ligz.jpg)
올해 한·미·일 3국 메이저 골프대회를 모두 석권한 전인지의 별명은 플라잉 덤보(Flying Dumbo).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아기 코끼리 캐릭터다. 호기심이 많아 주위에서 ‘팔랑귀’라고 놀리다 귀가 큰 아기 코끼리 덤보라는 애칭이 붙었다. 신지애 선수의 별명은 분필로 자에 대고 그은 듯, 공을 똑바로 친다고 해서 초크 라인(Chalk Line)이다. 일본서 인기가 높은 이보미 선수는 미소가 아름답다고 해 스마일 캔디다. 미소 천사 김하늘 선수도 비슷한 케이스.
외모와 투지가 남다른 최경주 프로가 탱크, PGA챔피언십에서 타이거 우즈를 꺾은 양용은 프로가 ‘호랑이 사냥꾼’으로 불리는 것도 유명하다.
살아 있는 골프의 전설 잭 니클라우스의 별명 골든 베어는 금발머리와 공격적인 골프 스타일에서 왔다. 백상어(그레그 노먼)도 유사한 경우다. 190㎝에 가까운 큰 키로 부드러운 스윙을 구사하는 어니 엘스의 별명은 빅이지(Big Easy). 역시 키가 큰 한국계 미셸 위는 여기에 빗대어 빅 위지(Big Weisy)로 불린다. 슈렉(루이스 우스티젠) 바다코끼리(크렉 스태들러) 등 외모에서 붙여진 다소 우스꽝스런 별명도 있다.
미국 골프매체 골프채널은 박인비 이름 ‘Inbee’에 승리를 뜻하는 ‘Win’을 붙여 ‘Win-Bee’라는 신조어로 대기록 달성을 극찬했다. 앞으로는 박 선수의 별명을 좀 무시무시한 침묵의 암살자보다는 윈비로 바꾸면 어떨까 싶다.
김선태 논설위원 k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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